팀에서 코치를 하다 감독으로 선임되면 단장으로부터 가장 먼저 받는 질문이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경영자를 뜻하는 매니저(Manager)는 그 단어 자체의 포괄적인 의미만큼 야구에서도 다양하게 쓰인다.
미국 프로야구에서는 구단의 살림을 맡은 단장을 보스(boss)나 제너럴 매니저(General Manager)라 하고 감독을 그라운드 매니저(Ground Manager) 또는 줄여서 그냥 매니저라 부른다.
그런데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또 다른 매니저가 등장했는데 바로 현장에서 선수단의 편의를 제공하는 총책임자를 매니저라 부르게 된 것이다.
원래는 선수단 지원담당으로 불려야 할 직책이지만 워낙 업무가 다양해 어쩌다 매니저로 통칭한 것이 자연스럽게 굳어지면서 30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기까지 매니저로 부르고 있다.
처음 한국에 온 용병들은 두 명의 매니저(감독)가 있다는 사실에 무척 당혹해했다.
스카우트, 연봉협상, 전력분석, 홍보, 마케팅 등을 담당하는 프런트와 시즌 내내 그라운드에서 생활하는 선수단의 가교역할을 맡아 서로 필요사항을 정리하는 창구가 매니저지만 업무 분야는 상상을 초월해 결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연습이나 경기에 필요한 모든 장비와 시설을 점검, 준비하고 식사와 음료, 이동수단, 원정숙소 등의 사전 체크는 필수사항이다.
게다가 선수단의 일정을 코칭스태프와 상의해 준비, 통보해야 하고 부상선수가 발생하면 필요한 조치와 보고도 수시로 해야 한다.
인터뷰 등 홍보팀과의 협조사항도 선수들과 상의해 준비하고 전력분석원이나 기록원, 통역, 트레이너, 버스기사, 연습보조원까지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
그야말로 50명이 넘는 선수단의 모든 구성원들이 필요시 가장 먼저 매니저를 찾는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 구단이 선수 출신의 매니저로 구성되어 교감이 원활한 편이지만 선수단의 편의를 제공하는 총책임자이므로 선수단이 불편하게 느끼면 즉시 교체대상이 된다.
류중일 감독이 코치 시절 때 일이다. 연습을 끝내고 귀가하던 차에 야구장 앞에서 우연히 김정수 매니저를 만났다. 때마침 심란한 일이 있어 류 감독은 동갑의 친구지간인 김 매니저에게 술 한잔을 청했다.
술이 거나하게 되자 김 매니저가 "니도 이제 감독 한 번 해야지?"하고 반 농담을 했다.
친구가 기분을 맞춰주자 류 감독도 농담 반으로 응수했다.
"그래 내 감독되면 니는 뭐하고 싶노?"
잠시 생각하던 김 매니저는 "나는 매니저 할게"라고 답했고 둘이 한참을 웃었다.
얼마 후 정말 감독이 된 류중일 감독이 송삼봉 단장과 마주 앉았다.
"매니저는 누구로 정할까요?" 순간 그때의 술자리가 머릿속을 스쳐갔다.
"김정수 매니저요"라고 대답하면서 류 감독은 한편으로 그때 김 매니저가 코치를 원했으면 약속을 지켰을 텐데 생각하며 아쉬워했다.
하늘이 정해준 타고난 직업을 천직(天職)이라 한다.
올해 들어 13년째 최장수 삼성 라이온즈 매니저를 맡고 있는 김정수 매니저는 그때 이미 그의 천직을 알았던 것일까?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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