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과학수업에 예술 입히니 재미 '솔솔'

입력 2012-04-03 07:43:58

교실 수업 변화 바람

사진=정보화 시대로 가는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학교 현장에서도 새로운 교육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융합인재교육(STEAM 교육), 스마트(SMART) 교육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고 창의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융합인재교육, 스마트 교육 방식을 도입한 대구교대부설초교(위)와 운암초교의 수업 모습.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사진=정보화 시대로 가는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학교 현장에서도 새로운 교육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융합인재교육(STEAM 교육), 스마트(SMART) 교육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고 창의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융합인재교육, 스마트 교육 방식을 도입한 대구교대부설초교(위)와 운암초교의 수업 모습.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교실 수업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변화의 키워드는 '융합'과 '스마트'. 여러 가지 지식, 현상 등을 하나로 묶을 수 있어 통섭형 인재를 키우자는 발상이다. 공학과 인문학, 기술과 예술을 결합시킨 상품으로 전 세계인의 일상에 혁신을 몰고 온 스티브 잡스와 같은 '융합형 인재'를 기르자는 것. 이에 따라 교과 과목 간 경계를 넘는 '융합인재교육'(STEAM 교육),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를 수업에 활용하는 '스마트 교육'이 교육 현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구교대부설초등학교와 운암초등학교에서 융합인재, 스마트 교육의 실제를 들여다봤다.

◆융합형 인재를 기른다, 대구교대부설초교

지난달 27일 찾아간 대구교대부설초교. 5학년 1반 교실에서는 독특한 과학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수업 주제는 '전기 회로'였지만 수업 풍경은 교과서와 교사의 설명으로 진행하는 여느 학교와 전혀 달랐다.

우선 오보정 교사가 입을 열었다. "둥근 모양의 일반 백열전구와 달리 발광 다이오드(LED) 전구는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에요." 학생들은 동영상으로 네모, 미키 마우스 캐릭터 등 개성 있는 모양의 LED 전구를 지켜봤다.

학생들은 각자 노트를 펴고 자신만의 전구를 그리고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적었다. 어두울 때 길을 찾기 쉽게 반지에 다는 전구를 그린 학생이 있는가 하면 어린이방에 설치할 노란 병아리 모양 전구 등 24명 학생이 그린 전구는 제각각이었다.

언뜻 미술 시간인 것처럼 보였지만 엄연한 과학 시간. 앞서 진행됐던 네 차례 수업도 '전기 미로 통과하기 놀이', '우리집은 전기를 어디에 사용할까' 등으로 평범한 과학 수업과는 차이가 있었다. 학생들의 노트 속 내용을 살펴보니 자신의 집과 친구의 집 4곳의 전기 사용량을 적은 뒤 평균 사용량을 계산해 보고, 어느 집이 전기를 아낄 필요가 있는지까지 꼼꼼히 적어두고 있었다.

과학 수업이 이처럼 진행되는 것은 융합인재교육 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융합인재교육은 학생들이 재미없다고 느끼는 수학(Mathematics)과 과학(Science) 수업을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예술(Arts) 분야와 연계, 융합적 사고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수업 방식. 대구교대부설초교는 북동중과 함께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기획, 대구시교육청이 선정한 융합인재교육 연구시범학교로 2년째 이 수업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이지수(5학년) 양은 더 이상 과학 시간이 부담스럽지 않다. "미술 과목을 제일 좋아하는데 과학 시간에도 그림을 그릴 수 있어 너무 좋아요. 어렵던 과학이 쉽게 느껴지기도 하고, 배운 내용도 머리에 쏙쏙 들어와요." 최민준(5학년) 군의 대답도 비슷하다. "과학 수업이 딱딱하지 않아 집중이 잘 돼요. 친구들도 다들 과학 시간이 기다려진대요."

보통 수업과 달리 사전 준비 과정은 만만치 않다. 4~6학년 과학, 수학 과목 중심으로 다른 과목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를 고려해 수업 주제를 정해야 하는 데다 주제에 따라 2, 3시간 연속 또는 전일 수업 형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한 번에 챙겨둬야 할 내용도 많다.

권민석 교사는 이 수업 방식이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선생님들은 '스팀 교육'을 두고 머리에 '스팀'(STEAM'증기라는 의미도 있다)이 날 정도로 힘들다고들 합니다. 최소 2개 교과 이상을 융합해 수업을 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학생들이 더 이상 과학, 수학 공부를 지루해하지 않으니 보람도 크죠."

시교육청은 올해 경동'동원'화동초교, 학남중, 대구일과학고 등 5개교를 연구시범학교로 선정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미래에는 과학기술이 일상생활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현재보다 더 커지기 때문에 융합인재교육의 중요성도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했다.

◆소통 통한 쌍방향 학습…스마트 교육하는 운암초교

지난달 29일 오전 운암초등학교 6학년 2반 교실. 수학 수업이 진행 중이었으나 임종택 교사의 손에는 분필이 들려 있지 않았다. 칠판도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는 임 교사의 컴퓨터 화면과 연결된 전자 칠판이 자리했다. 학생들의 모습도 여느 수업과 달랐다. 책상 위에는 교과서와 노트 대신 '디지털 교과서' 프로그램이 가동 중인 태블릿PC가 놓여 있었다.

이날 수업 주제는 '회전체 만들기'. 전자 칠판에는 축에 붙은 삼각형, 사각형 모양 그림이 떴고, 임 교사는 '이 모양을 회전시키면 어떻게 될까'라는 과제를 제시했다. 학생들이 각자 가진 태블릿PC에 전용 펜으로 같은 모양을 그린 뒤 확인 버튼을 누르자 화면 속 그림이 축을 중심으로 회전, 원뿔과 원통 모습이 나타났다. 기존에는 종이를 오려 나무젓가락에 붙인 뒤 손으로 직접 돌려보는 것이 전부였지만 태블릿PC에선 한눈에 입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임 교사는 "곧 무선 인터넷망이 깔리면 학생들이 태블릿PC에 그린 그림은 제 컴퓨터로 전송돼 전자 칠판에서 바로 확인이 가능하게 됩니다. 발표 수업, 학습 평가가 더 수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고 말했다.

스마트 교육은 태블릿PC, IP 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 등 스마트 기기로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 교사와 학생 간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 교과부는 스마트 교육을 자기주도적(Self-directed), 흥미(Motivated), 수준과 적성(Adaptive), 풍부한 자료(Resource Enriched), 정보기술 활용(Technology Embedded) 교육으로 정의한다. 대구에서는 운암초교 등 3개 학교가 지난해 스마트 교육 시범학교로 선정돼 태블릿PC 등 스마트 교육 환경을 구축했다.

운암초교 정동현(6학년) 군처럼 컴퓨터를 다루는 데 익숙한 요즘 학생들에겐 스마트 교육 방식을 적용한 수업이 즐겁다. "평소 수학 수업은 좀 지루했어요. (서책형)교과서를 보고 필기하는 게 전부였으니까요. 하지만 디지털 교과서를 이용한 수업은 달라요. 회전체처럼 머릿속에서만 생각하던 모습이 바로 태블릿PC 화면에 뜨니까 더 쉽게 이해되고 재미있어요."

스마트 교육은 아직 도입 초기 단계다. 학교 외에서도 디지털 교과서의 콘텐츠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려면 휴대할 수 있는 크기의 스마트 기기가 보급돼야 하고, 콘텐츠를 서버에 저장해 두고 언제든 스마트 기기로 내려받은 뒤 사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도 필요하다. 교과부는 2015년까지 초'중'고 디지털 교과서 개발을 완료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 구축률도 9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시교육청도 학교 현장에 스마트 교육을 접목시키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교육기부 협약을 맺고 스마트 교육 미래교실 체험관 구축, IT 기술 학습 커리큘럼과 온라인 학습 자료 제공 등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시교육청 교육정보담당 김종협 장학사는 "스마트 교육 환경이 갖춰지면 학생과 교사는 스마트 기기로 학습 내용 등 정보를 쉽게 나누고 자료 검색도 바로 할 수 있어 수업이 보다 효율적이고 다채롭게 진행될 수 있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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