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중원의 대격돌 용문비갑 vs 신해혁명

입력 2012-03-15 07:32:40

무술인 이연걸, 혁명가 성룡과 '흥행지존' 승부

용문비갑
용문비갑
신해혁명
신해혁명

이번 주에는 규모가 큰 중국 영화 2편이 연달아 개봉해 극장가에서 한판 대결을 펼친다.

먼저 '용문비갑'은 중원 무협의 전설 '서극' 감독의 새로운 영화로 먼저 제작된 '용문객잔'의 후일담에 해당한다. 서극이 19년 전 '황비홍'을 통해 발탁한 배우 '이연걸'과 다시 콤비를 이룬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야기는 이미 폐허가 된 용문객잔의 몇 년 후를 다루고 있다. 용문객잔은 무너진 고대 도시 위에 만들어져서 60년마다 돌아오는 거대한 모래 폭풍이 불면 보물을 찾을 수 있다는 소문으로 범죄자의 소굴이 되어 있다. 이 때문에 낮에는 정상적으로 열리지만, 밤에는 보물을 노리는 악당들의 본거지가 되고 만다. 이윽고 그곳에 구사일생으로 도착한 두 명의 여인. 그러나 그들을 쫓아온 서창의 무리들로 용문객잔은 피비린내 나는 전장이 된다.

영화는 도입부부터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특수효과로 이야기의 풍경을 원경부터 제시한다. 서극만의 무협 노하우가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 기술과 결합하면서 더욱 풍성해진 무협장면들을 영화 안에서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내공이 부족한 등장인물들은 채 칼을 뽑지도 못하고 운명하게 하는 화려한 검술과 쇠사슬의 향연 이외에도 하늘을 뒤덮는 새떼들, 실크로드의 낙타, 사막의 모래 폭풍 등 무협물의 분위기에 걸맞은 화려한 그림들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제6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도 초청되어 상영된 바 있다. 120분, 15세 관람가.

앞서 소개한 작품이 가상의 공간을 다루고 있다면 '신해혁명'은 1911년을 중심으로 생생한 중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다루고 있다. '장리' 감독과 함께 영화의 공동연출을 맡은 성룡이 '쑨원'의 동지 '황싱'으로 출연해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고뇌하는 혁명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1911년의 말레이시아. 쑨원과 동맹회의 혁명 동지들은 광저우에서 봉기를 계획한 뒤 헤어진다. 그러나 봉기는 실패하고 수많은 동맹회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는다. 미국에서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리던 쑨원은 봉기가 실패했다는 전보에 좌절한다. 하지만 쓰촨성을 중심으로 저항은 계속되고 자국의 철도를 가지려는 서구 열강들의 욕심에 분노하는 이들의 거센 반발로 쑨원은 다시 한 번 재기를 다짐한다. 그리고 10월 10일, 한 발의 총성으로 시작된 우창 봉기는 대륙의 역사를 바꾸는 신호탄이 된다.

마치 역사 속으로 관객들이 들어가 있는 듯한 영화의 사실적인 전투 묘사와 이야기 전개는 뛰어나지만 아쉽게도 중국 역사에 대한 이해가 없는 관객들에게는 많은 부분이 생략되거나 요약된 사건들의 서술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신해혁명에 대한 이해가 있는 관객들에게도 난관이 있으니 성명과 지명 등을 비롯한 중국어 한글표기법에 관한 혼란이다. 국내에 관련 표기가 언론과 교육 등에 정착된 것은 근래의 일이고 필자를 비롯한 기성세대들이 중국 역사를 배우던 시기에는 영화에 등장하는 쑨원 대신 '손문', 위안스카이 대신 '원세개' 등의 표현이 훨씬 익숙하기 때문이다. 주요 인물들은 차치하고라도 주변 인물들과의 역사적 관계를 파악하는 데 이야기의 장애 요소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 120분, 15세 관람가.

마치 미리 협의한 것 같은 두 영화의 무협, 사극 등을 다루기에 다소 짧은 상영시간과 관람등급 등은 다분히 안정적인 흥행을 위한 포석일 것이다.

김삼력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ksr@y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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