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공천, '지도부 입맛' 1순위

입력 2012-03-09 10:44:37

지역에서 발로 뛴 노력은 허사…서울 쳐다봐야 성공 확률

"아니, 지금 대구에 있으면 어떻게 합니까? 빨리 서울 가서 공천위원들 하고 줄을 대고 비상대책위원하고 아는 사람이라도 연결시켜야지요."

새누리당이 공천신청서 접수를 마감하던 지난달 15일 매일신문 정치아카데미에 강사로 나선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디오피니언'의 안부근 소장은 공천신청서를 내고 막 대구에 내려온 몇몇 예비후보들을 향해 이 같은 충고를 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고, 명함 한 장이라도 더 돌리는 데 힘을 쏟던 예비후보들은 의아해 했다. 인지도를 높여야 여론조사 결과도 좋게 나오고 그게 공천 심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관계기사 3'4'5면

그러나 안 소장의 설명은 새누리당의 19대 총선 공천이 "겉으로는 시스템 공천이라고 하지만, 속내는 구태 공천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안 소장은 이어 "시간적 제약, 제도적 미비 등을 구실로 전략지역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당에서 각종 이유와 근거를 대며 지도부 입맛에 맞는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로부터 20여 일이 지난 3월 초 현재 뒤돌아본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은 안 소장의 지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의 예언처럼 전망과 우려, 그대로 진행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7년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원했던 친박계 인사, 비상대책위원과 공천위원들과의 개인적인 연줄이 있어 그들이 뒤를 봐준다고 소문이 난 사람, 지역에서는 이름 석 자도 모르지만 서울서 당 주변에서 이름을 오르내려 본 적이 있는 사람 등이 공천권에 근접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유권자만 보고 표밭을 갈아온 지역성이 강한 인사들은 하나같이 나가떨어지는 결과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발로 뛰며 일궈 놓은 인지도는 고려 대상이 아닌 것 같다"는 게 공천 대열에서 탈락한 후보들의 볼멘소리다.

특히 전략지역이 많은 대구에서는 표밭을 가는 후보들보다 서울 새누리당 중앙당사 주변을 돌아다니며 줄을 대거나 정보라도 한 건을 더 수집하려는 인사들이 더 많다. 아예 서울 장기 체류 쪽으로 방향을 잡은 인사도 적지 않다. 그리고 그런 노력들의 성공 확률이 더 높다는 게 중론이다.

현역 국회의원들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하루는 서울로, 하루는 대구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생활을 벌써 며칠째 하는 의원들이 부지기수다.

이런 현상은 새누리당이 공천 기준으로 지역 밀착도 내지 지역 공헌도, 그리고 지역과의 연고나 지역 착근 가능성 등 직접 표를 구해야 하는 현지와 관련된 조건을 사실상 무시한 데서 비롯된 현상이다. 공천위원들은 이번 공천에서도 지방에서 표밭을 누빈 후보보다는 서울서 자신들 앞에 얼쩡대는 후보를 선호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과거에도 그랬다. 전혀 예상하지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후보가 투표일 한 달도 채 안 남긴 시점에 '구름타고' 내려오듯이 서울서 실세들의 줄을 잡고 공천장을 받아서 내려와 당선되는 경우도 있었다. "20일 만에 배지를 달았다"고 자랑하던 의원도 있었다. 지역을, 동네를 대단하게 생각할 리 없었다. 유권자들은 4년마다 인사를 하면 되는 상대로 생각할 뿐이었다.

이번에도 이런 현상은 재연될 전망이다. 대구에서는 오히려 그 숫자가 과거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대구지역 공천을 바라보는 새누리당의 시선이 과거의 프레임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유는 이런 공천을 해도 대부분 당선이 됐고, 이번에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라고 지역 정치권은 입을 모은다.

이동관 정치부장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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