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양북면 이장 18명 사퇴 왜?

입력 2012-03-06 10:08:39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의 도심 이전 문제로 촉발된 경주시 양북면 이장 임명 사태가 문제 발생 2개월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7일 최양식 시장이 한수원 도심 이전 백지화를 선언하고 한수원 본사 이전지를 원안대로 양북면 장항리로 확정한다고 발표해 경주시와 양북면 주민 간 갈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장 임명 문제로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것.

경주시는 이장 임명은 면장의 고유 권한이라며 기존 주민투표와 상관없이 면장이 임명한 2명의 이장에 대한 임명 철회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양북면민들은 주민들이 원하는 이장을 다시 임명하기 전에는 지역과 연관된 국책사업은 물론 경주시의 모든 시정에 불복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양북면 이장협의회는 5일 회의를 갖고 이장 20명 가운데 문제가 된 봉길리 최모, 어일1리 배모 이장을 제외한 18명이 6일부터 행정업무를 중단하는 총 사퇴서를 신임 박차양 양북면장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7일부터 경주시청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양북면 봉길리와 어일리 청년회는 이에 앞서 2월 13일부터 시청에서 한 차례 천막농성을 벌인 뒤 문제의 발단이 됐던 김재온 면장이 바뀌고 신임 박차양 면장이 부임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봉합되는 듯했으나, 신임 면장 역시 이장 임명 철회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태가 다시 불거진 것.

양북면민들은 "경주시가 한수원 본사 도심 이전이 좌절된 것을 이장 임명 같은 사소한 일로 분풀이를 하고 있다"며 "면민들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실력행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측의 극한 대립으로 국책사업에 차질이 생길 공산이 커지고 있다.

월성원전 한 관계자는 "원전과 방폐장은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지역의 이해 등에 의해 타당성이 결정돼야 하는데, 양측의 자존심 싸움으로 국책사업이 내몰리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경주시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했다.

유용국 양북면 어일리 청년회장은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주민들이 원하는 이장인데, 그것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신임 면장이 올 때 이장 재임명 등 전권을 가져왔다고 해놓고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가 없다. 더 이상 행정의 노예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차양 양북면장은 "이장 임명은 전적으로 면장 권한이며, 해당 이장이 사표를 내지 않으면 해임을 해야 하는데, 해임을 할 사유가 없다"면서 "원칙과 규정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경주시는 지난해 12월 30일 한수원 본사 이전 예정지인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와 어일1리 이장 후보에 주민들의 선거로 추천한 김모, 하모 씨 대신 평소 한수원 도심권 이전에 찬성해 온 최모, 배모 씨를 각각 봉길리와 어일1리 이장에 임명해 양북면민들과 갈등을 빚어오고 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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