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보미 지원사업' 수요 못따라간다

입력 2012-03-05 09:39:47

'아이돌보미' 사업 이용자는 급증하고 있지만 돌보미 활동가 부족으로 대기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대구 동구 율하동의 한 가정집에서 엄마 이현정(30'오른쪽) 씨와 돌보미 이덕자(49'여) 씨가 아이를 돌보고 있다. 우태욱기자

맞벌이 가정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아이돌보미 지원사업'(이하 아이돌보미)을 시행하고 있지만 돌보미 인력 부족으로 대기자들의 불만이 크다. 사업 이용자는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정부와 지자체는 예산 부족으로 돌보미를 많이 뽑지 못해 서비스 이용을 원하는 대기 가정만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용자 해마다 증가

2일 오후 대구 동구 율하동의 한 가정집. 생후 8개월 된 형진이 기저귀를 가는 사이 쌍둥이 형제 호진이가 엄마 이현정(30) 씨를 향해 기어왔다. 한 달 전만 해도 이 씨는 두 아이를 한꺼번에 돌보느라 화장실에 갈 여유도 없었지만 이제 한시름 놓게 됐다. 돌보미 활동가 이덕자(49'여) 씨가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아이를 함께 돌봐주기 때문. 보육료 100만원 중 60여만원을 정부가 지원해줘 경제적 부담도 덜하다. 군인인 남편을 따라 지난해 말 충남 계룡시에서 대구에 온 이 씨는 "한 달을 기다린 끝에 돌보미 선생님과 겨우 연결이 됐다. 만약 쌍둥이 가정이 아니었다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지금도 혼자 아이를 봐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가 이용 중인 아이돌보미는 맞벌이 가정과 다자녀 가정의 아동 양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여성가족부가 2009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만 12세 이하 아동을 둔 부모라면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다.

아이돌보미는 사설 육아 도우미보다 인기가 높은 편이다. 각 가정의 소득 수준에 따라 정부 지원이 되며 소득 수준이 높더라도 보육료가 시급 5천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기 때문. 또 돌보미 활동가들은 정부가 신분을 보장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점도 인기를 끄는 이유다. 직장인 이성주(34'여) 씨는 "딸을 항상 돌봐주던 친정어머니가 멀리 여행을 갔을 때에 이 사업을 처음 이용했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 내 아이를 맡겨야 하는데 돌보미 활동가는 정부에서 보장하는 사람들이니까 안심할 수 있더라"고 말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아이돌보미 이용자는 지역에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대구시에 따르면 2009년 3천470여 곳이었던 아이돌보미 연계 가정은 지난해 7천715 가정으로 늘어나 3년새 두 배 넘게 증가했다.

◆돌모미 활동가 태부족

이용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돌보미 활동가는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1월 기준으로 대구에서 활동 중인 돌보미 활동가는 500여 명에 불과하다. 대구시는 올해 80여 명을 더 채용할 계획만 세우고 있지만 수요에 턱없이 모자라고 또 특정 시간대에 서비스 이용자가 몰려 인력부족을 부채질하고 있다.

아이돌보미지원사업 대구 광역거점기관 변선영 담당자는 "오후 5시부터 9시까지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끝나고 직장인 부모들이 근무해 '보육 공백'이 생기는 때라서 이용자가 몰린다. 달서구의 경우 이 시간대 대기 가정은 30여 곳 정도며 북구도 20곳 이상 돼 인구가 많은 구일수록 대기자가 많다"고 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사업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구의 경우 지난해 24억1천여만원(국비 70%)이었던 예산이 올해 24억8천800여만원으로 전년 대비 5% 남짓 증가해 이용자 수요를 따라가기엔 부족한 실정이다.

대구 동구 아이돌보미지원사업 담당 유현진 사회복지사는 "하루에도 수십 통씩 문의 전화가 오지만 활동가가 부족해 영유아와 다자녀 가정에 우선순위를 둬 연결하고 있다. 더 많은 부모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예산을 늘려 돌보미 활동가를 더 뽑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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