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일부터 8일까지 중국 측 학자 7명이 한국국학진흥원의 초청으로 무이구곡과 도산구곡의 비교 학술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안동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 필자도 도산구곡문화연대 회원 자격으로 치암고택의 이동수 선생, 용수사의 상운 스님과 함께 하루 일정을 꼬박 함께했었다.
배 두 척으로 도산구곡을 탐방한 뒤 중국 측 학자들과 도산서원을 참배할 때의 일이다. 나이 먹은 여교수가 훌쩍훌쩍 우는 것을 김병일 원장이 발견하고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말로만 듣던 퇴계 선생을 추념하는 공간에서 이렇게 참배하는 것이 너무나 감개무량해 눈물이 자꾸만 나온다"고 대답한 것. 이 말을 듣고 옆에 있던 한국 측 인사들의 가슴이 더 울컥했던 기억이 있다.
이달 6일부터 9일까지 공맹(孔孟)과 증자의 직계 후손이 안동을 찾아 도산서원 춘계 향사례를 집례한다. 퇴계 가문과 자매결연을 맺고 학봉 김성일과 서애 류성룡의 종택을 방문하는 것도 단순한 교류의 의미를 넘어 유학사(儒學史) 측면에서 매우 시사하는 바가 커 보인다. 우선 '동양 오성'(五聖)의 후예들인 공자의 79대 공수장(孔垂長'37) 종손과 증자의 75대 증경홍(曾慶泓'52) 종손, 맹자의 76대 맹령계(孟令繼'34) 종손이 같은 곳을 함께 방문한 전례가 없다 보니 이것을 두고 벌써부터 학계 차원의 화제가 만발하고 있다.
공자는 알다시피 사(士)의 집단을 형성해 세계 최초로 학단(學團)을 연 인물이며, 증자는 공자 사후 스승이 이룩한 학단을 이끌어간 고제(高弟)다. 이 증자의 학맥이 공자의 손자인 자사에게로 전해졌고 자사는 다시 자신의 문하생을 통해 맹자라는 걸출한 인물을 길러냈다. 맹자가 증자를 크게 높인 것은 이러한 학맥의 흐름이 작용한 까닭이다.
이런 연유로 이번 '동양 오성'의 종손들과 퇴계가를 비롯한 안동의 명문가와의 교류는 무엇보다 학맥의 상징성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껏 공자와 퇴계라는 단선 일변도에서 주변의 제자를 포괄하는 입체 구조로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때문에 필자와 같은 어리숙한 사람이 보아도 이번 만남이 도학의 연원이 공자로부터 시작되어 증자, 자사, 맹자, 주자를 거쳐 퇴계에게로 전해진 정통성을 확인하고 공식화하는 자리로 여겨진다.
아울러 퇴계의 대표적 제자인 학봉과 서애를 통해 영남학맥으로 형성되어 전 세계로 전파된 보편성도 조명될 것이다. 그리고 이면과 행간 속에는 유학의 메카로 굳건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안동의 자긍심이 어떤 식으로든 표출이 될 것이다. 유학을 태동한 나라보다 원형을 더 잘 보존하고 있는 안동의 내재적 가치가 만천하에 다시 한 번 공표되는 것이니 참으로 그 일이 기다려 가며 두고 볼 만한 일이 아니고 무엇이랴.
안동시 역사 기록관'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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