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문어발 경영

입력 2012-02-27 07:32:49

봄방학이 있는 요즈음은 참으로 바쁜 시기이다. 한 학년이 끝나고 새로운 학년을 준비해야 하고, 졸업을 하고 입학을 하며,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온다. 한낮 기온도 높아서 진료를 하다보면 더워서 난방온도를 조절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맘때가 되면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을 수정하거나 보완해야 하고, 어떤 경우는 완전히 변경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괜히 초조해지기도 한다.

최근 영국의 한 방송사가 인간 다음으로 세상에서 영리한 동물들의 순위를 정해 발표했다. 1위는 예상대로 인간과 유전자가 97% 가까이 일치하는 침팬지였고 2위는 돌고래, 3위는 오랑우탄이었다. 그리고 4, 5위는 개나 고양이 같은 우리와 친숙한 반려동물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문어와 까마귀가 차지했다.

문어는 이등분한 코코넛 껍질을 방패처럼 활용할 줄 안다고 한다. 새삼 지난 남아공 월드컵에서 결승전 승패를 맞혀 점쟁이 문어라고 불렸던 파울이 생각난다. 그리고 까마귀는 스스로 깨먹기 힘든 견과류를 일부러 차도에 떨어뜨려 차들이 밟고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신호가 바뀌면 얼른 다가가 알맹이만 쏙 빼먹을 정도의 영특함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개보다 못하다는 말을 '문어보다 못한, 까마귀보다 못한' 등으로 바꾸어 말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사실 문어는 바다에서 절대강자에 속하는데 의료계에서도 한 명이 여러 병원을 개설해 주변을 싹쓸이하면서 문어발식 경영을 하는 의료기관들이 최근에 많이 나타나고 있다.

치과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러한 문어발 치과경영의 폐해에 대해 최근에는 언론에서 보도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 치과는 8개의 문어발이 아니라 지네발처럼 전국에 여러 치과병원을 개설해 운영하는 곳도 있다.

이러한 문어발 치과는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와 병원 간의 불신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사실 사람을 치료한다는 것은 서로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어려운 작업이다.

최근에 의료법이 의료인 1인 1개소 개설을 원칙으로 개정돼 오는 8월부터 시행된다고 한다. 과연 문어발식으로 세력을 확장하던 의료기관이 다리가 다 잘려버리고 머리와 몸통만 남으면 조용해질지 아니면 시꺼먼 먹물을 더 뿌리며 우리의 시야를 흐리게 할지 지켜볼 일이다.

장성용 민들레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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