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름값이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23일 전국 주유소 보통 휘발유 평균가격은 전달보다 ℓ당 2.03원 오른 1,993.61원을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해 10월 31일의 1,993.17원을 116일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핵 개발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 간의 갈등, 그리스 2차 구제금융 협상 타결에 따른 글로벌 경기 회복과 원유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제 유가는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치솟는 기름값을 쳐다만 보고 있다. 기름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알뜰 주유소 확대, 비상 상황 발생 시 전략 비축유 방출 등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알뜰 주유소 정책은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일반 주유소와 알뜰 주유소 간의 가격 차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멀리 떨어진 알뜰 주유소까지 가는 비용에 비해 이득이 많지 않다면 소비자로서는 알뜰 주유소를 찾을 유인(誘因)이 없다.
정부는 지난해 정유사와 주유소에 기름값을 내리라고 압박해 봤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장부를 뒤지고 국제 유가와 국내 가격을 비교도 해봤지만 폭리를 취하는지 아닌지 밝혀내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달리 접근해야 한다. 바로 유류세 인하다. 유류세는 휘발유 판매 가격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런 기형적 가격 구조를 손대지 않고 기름값을 안정시킨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본지는 국민의 기름값 고통을 해소하려면 정부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세수 감소가 우려되지만 정부 스스로 씀씀이를 줄이고 지출을 효율화하는 방법으로 극복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귀를 닫고 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장관은 유류세 인하에 대해 "지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당분간 그럴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말 그대로 쇠귀에 경 읽기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거부의 이유로 고소득층이 더 많은 혜택을 보게 된다고 주장한다. 고소득자가 기름 소비가 많기 때문에 유류세를 내릴 경우 부자가 더 많은 득을 본다는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소리다. 비싼 기름값으로 인한 고통은 부자가 더 큰가 아니면 서민이 더 큰가. 정부는 기름값 인하로 부자에게 돌아갈 혜택보다 비싼 기름값이 서민에게 끼치는 고통을 먼저 걱정해야 한다. 이 정부가 언제부터 그렇게 부자에게 가는 혜택을 막으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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