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 여교사 "맘속으론 수십번 매 들지만…"

입력 2012-02-23 10:14:31

노골적 수업 거부·욕설 "정말 아이들 맞는가"당황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으로 22일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으로 22일 '폭력 멈춰(STOP) 시민운동 선포식 및 거리 캠페인'이 열려 참석한 대구지역 기관단체, 시민단체, 학생 및 학부모 등 150여 명이 대구 동성로에서 '폭력 멈춰'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교사라는 직업이 정말 싫어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내 아이들이 전과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착찹하네요."

38명의 학생이 경찰에 붙잡히는 등 교내 폭력으로 얼룩진 포항 A중학교 사건(본지 22일자 6면 보도)과 관련, 한 여교사는 23일 전화통화를 통해 "그 때는 죽을만큼 아이들이 미웠는데 이제는 내가 더 잘못한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며 심정을 밝혔다.

여교사가 밝힌 교내 폭력의 실태는 경찰 발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학생들이 교사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노골적으로 수업을 거부하는 등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더 많았다.

"수업 태도가 불량하다고 지적하면 욕을 하며 무시할 때도 있었습니다. 마음 속으로는 제 손에 수십 번도 더 매가 들려졌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죠."

여교사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0년 말 한 학생이 전학오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당시 그 학생은 전 학교에서도 갖은 말썽으로 A중학교에 권고 전학을 온 상태였다. 그 학생을 중심으로 또래 아이들이 집단 문화를 형성하며 교사에게 반항하는 일종의 '영웅 놀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혼을 내는 교사에 대해 혼잣말처럼 시작되던 욕설은 점점 노골화 됐고, 심지어는 책상을 집어던지는 일까지 이뤄졌다. 참다 못한 이 여교사도 지난해 학교 측에 '다른 여학교로 가고 싶다'고 뜻을 전달했다.

"몇몇 학생들의 행동은 '정말 아이들이 맞는가' 싶을 정도였죠.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는 물론이고 해당 학생들의 부모님 면담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나아지는 것이 없었죠."

결국 참다 못한 학교 측은 문제의 발단이 된 학생을 지난해 포항지역의 다른 중학교에 권고 전학을 보냈다. 그러나 그 학생은 전학간 학교에서도 잦은 말썽을 일으켜 다시 A중학교로 돌아오게 됐다.

그렇게 1년여가 흐르고 지난 달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학교 측에 조사의 뜻을 비치자 A중학교는 모든 일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여교사는 "그 결정이 최선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며 조심스레 입을 열였다.

그는 "몇몇 아이들의 문제는 분명히 현 교육체계에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경찰 조사와 다르게 대부분의 아이들은 또래 문화에 휩쓸렸을 뿐 분명히 개선의 여지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은 방법이 있었는데도 애꿎은 아이들에게 전과자란 낙인을 찍은 것은 아닌지 후회가 됩니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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