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의 인간 / 론 서스킨드 저(2011, 하퍼 콜린스 출판사)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어떤 시각으로든 놀라운 일이었다. 그가 흑인이라는 점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정치에 입문한지 이제 갓 3년이 된 초선 상원의원이었다는 사실도 그러했다. 미국사회에서 인종 간 평등이 원칙과 규범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흑인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과 부정적 편견은 여전하다.
3년차 정치 신인이 갖는 신선함이 있었지만 그의 상대인 26년차 거물 정치인, 멕케인 상원의원이 갖는 경험과 안정감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러나 어쨌든 오바마는 승리했다. 그의 강력한 비전과 메시지, 유려한 연설, 흠잡을 데 없이 진행된 선거 캠페인 등 '후보'로서의 오바마는 완벽했다.
선거는 그러나, 통치가 아니다. 통치는 선거보다 족히 수십, 수백 배나 복잡한 수식을 풀어야하는 일이다. 선거는 '약속'이지만, 통치는 실행이며 '결과'다. 구체적인 결과를 내는 것은 약속보다 어려운 일이다. 워싱턴과 월 스트리트의 권력과 자본은 수많은 이해관계로 얽혀진 복잡한 관계의 망이며, 그것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일관된 철학과 강력한 리더십이다.
국정철학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구현'하는 것은 그것을 '언명'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렵다. 리더십은 구성원들로부터의 충성을 요구하지만 그것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하는 비범한 능력이 필요하다.
선거에서 승리한 오바마 대통령은 통치에 성공했는가? 워싱턴과 월 스트리트를 경험하지 못한 3년차 정치인에게 역사상 최대 강국인 미국을 통치할 수 있는 신념(혹은 확신)이 있었는가? 전후 최고 실업률, 금융체제의 붕괴 위기, 건강보험 개혁과 같은 난제 앞에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팀'을 일관된 철학과 리더십으로 이끌 만큼의 신념이 있었는가?
퓰리처상 수상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워싱턴과 월 스트리트의 권력관계를 날줄로, 정치신인 대통령과 미국적 통치 시스템을 씨줄로 하는 거대한 이야기를 소설 같은 문체로 풀어낸다. 어려운 시기에 미국의 권력이 움직이는 그 내밀한 동학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류재성 계명대 미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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