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도시' 울산의 '감성' 관광명소

입력 2012-02-15 07:26:01

간절한 소망 담은 편지, '간절곶 우체통'에 부치면 소망 이뤄진다는데…

마을 전체가 옹기 전시장을 연상시키는 외고산 옹기마을.
마을 전체가 옹기 전시장을 연상시키는 외고산 옹기마을.
국내에서 가장 큰 우체통인 소망 우체통. 간절곶을 대표하는 명물이다.
국내에서 가장 큰 우체통인 소망 우체통. 간절곶을 대표하는 명물이다.

울산과 관광은 왠지 거리가 멀어 보인다. 공업도시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울산에는 감성을 자극하는 관광 명소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울산과 관광의 정감적 거리는 멀어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셈이다. 국내 최대의 옹기 생산지인 외고산 옹기마을과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다는 해맞이 명소 간절곶은 울산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전통의 향기와 겨울 바다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외고산 옹기마을과 간절곶을 다녀왔다.

◆외고산 옹기마을

옹기의 메카답게 마을 입구부터 옹기 냄새가 물씬 풍긴다. 대형 옹기를 형상화한 푯말을 따라 마을에 들어서면 각양각색의 옹기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마을 초입에 위치한 전시'판매장에는 자그마한 사발부터 커다란 장독까지 세상의 옹기들이 다 모여 있다. 마을 전체가 옹기 전시장을 연상시키는 옹기마을은 고즈넉하다. 조용하고 온화한 마을 정취에는 옹기장들의 숨결이 배어 있다. 흙을 반죽해 모양을 만들고 유약을 바르는 옹기장들의 분주한 손길이 평화로운 마을 분위기와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옹기가 전통문화의 한 코드로 인식되면서 관광 명소가 된 외고산 옹기마을은 1950년대 말 형성되기 시작했다. 경북 영덕에서 옹기점을 하던 허덕만 씨가 통가마의 단점을 개량한 칸가마를 개발해 보급하러 다니던 중 햇볕이 잘 들고 옹기 재료가 풍부한 곳을 발견하고 1958년 옹기점을 연 것이 시초가 됐다.

당시 한국전쟁 영향으로 남부지방에 피란민이 몰려 있어 옹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또 기근이 계속되면서 먹고살기 위해 옹기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자연스럽게 마을이 형성됐다. 외고산 옹기마을은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1980년대까지 200여 명의 도공들이 옹기를 제작할 만큼 번성했다. 그러다 고무 제품이 나오면서 옹기 수요가 줄어들어 지금은 40여 명의 도공만 옹기 생산에 종사하고 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옹기를 감상하며 마을 안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옹기문화관이 나타난다. 옹기문화관은 가마와 옹기를 형상화한 형태를 띠고 있다. 가마처럼 길쭉한 건물 위로 커다란 항아리가 불쑥 솟은 독특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무료로 개방되는 옹기문화관에서는 옹기의 역사, 옹기 제작 과정뿐 아니라 지역별 옹기의 특성 등 옹기에 관한 거의 모든 지식을 접할 수 있다. 교과서에서 보았던 신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를 비롯해 고구려시대 토기단지 등 국내 옹기와 태국'인도네시아'중국의 옹기 등 외국 옹기도 만날 수 있다.

특히 전시관 입구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옹기로 기네스북에 오른 옹기가 전시되어 있다. 높이 2.2m'둘레 5.2m'무게 172㎏의 세계 최대 옹기는 다섯 차례 실패 끝에 2010년 9월 성공적으로 제작됐다.

외고산 옹기마을에서는 옹기를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옹기체험을 하려면 옹기아카데미관으로 가야 한다. 옹기체험에는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점심시간을 고려해 체험신청을 해야 한다. 점심시간(낮 12시~오후 1시)에는 체험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1회 체험료는 개인의 경우 7천원, 단체는 5천원이다. 가족 단위 체험은 당일 신청이 가능하지만 단체 체험은 예약을 해야 한다. 주문을 하면 완성한 작품에 잿물을 바른 뒤 가마에 구워 집으로 보내 준다. 택배비는 착불이다. 옹기문화관과 옹기아카데미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 052)237-7894.

◆간절곶

일출 명소이자 아름다운 동해 해안선 여행이 시작되는 곳이어서 연중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간절곶은 바다에서 보면 간짓대(나무로 된 긴 장대)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간절곶에는 누군가를 그리는 간절한 마음이 서려 있다. 사지로 떠난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된 박제상의 부인과 딸의 조각상이 하염없이 바다를 응시하고 있는 간절곶에 서면 누구나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하얀 등대와 쪽빛 바다, 수평선 위 점점이 떠 있는 배, 가슴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청량한 바닷바람을 맞으면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이야기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이런 마음을 읽었는지 간절곶에는 국내에서 가장 큰 우체통이 서 있다. 2006년 말 해맞이 행사를 위해 제작된 높이 5m의 우체통은 새해 첫날 일출을 보며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뜻에서 '소망 우체통'으로 불린다. 소망 우체통은 TV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 등장한 이후 간절곶을 대표하는 명물이 됐다. 소망 우체통에는 그리운 사람에게 사연을 띄울 수 있도록 무료 엽서가 비치되어 있다.

뒤쪽으로 돌아가면 우체통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우편엽서와 필기구가 준비돼 있다. 하지만 찾는 사람에 비해 비치되는 엽서(평일 20~30매, 토'일요일 200매)가 많지 않아 금방 동이 난다. 엽서가 없을 경우 근처 휴게소에서 구매를 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엽서를 준비해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엽서는 남울산우체국에서 수거를 한 뒤 사연과 함께 배달을 해 준다.

비치된 엽서가 적은 때문일까? 소망 우체통 안은 온갖 사연들로 도배되어 있다. 사랑을 약속하거나 떠나간 이를 그리는 한 줄 사연 속에는 가슴속에 꾹꾹 눌러 두었던 간절함이 배어 있다. 소망 우체통은 이메일과 문자메시지가 편지를 대체해버린 요즘, 손으로 써내려간 편지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공원처럼 꾸며져 있는 간절곶에는 볼거리가 많다. 새파란 바다와 하늘 덕분에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하얀 간절곶 등대는 100년 동안 간절곶 앞바다를 지켜오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 간절곶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간절곶에는 2010~2011년 방송되었던 MBC 드라마 '욕망의 불꽃' 세트장도 있다. 동해안 절경을 바라보며 서 있는 드라마 세트장은 아쉽게도 리모델링 공사 중이라 지금은 관람할 수 없다.

◆울산해양박물관

간절곶 진입로에 있다. 체험관으로 운영되다 지난해 10월 박물관으로 등록됐다. 울산해양박물관에는 열대지방에 서식하는 4천여 점의 조개'산호'갑각류'어류 등이 전시되어 있다. 박한호 관장이 47년 동안 70개국에서 수집한 것들이다.

박물관은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져 있다. 1층 패류관에서는 꽃처럼 생긴 노랑꽃날개조개와 코끼리 코처럼 길쭉하게 생긴 코끼리조개 등 희귀 패류와 어류'갑각류를 감상할 수 있다. 2층은 산호 세상이다. 맨드라미산호류를 비롯해 사슴뿔산호류'돌뇌산호류'양털산호류'문어발산호류 등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산호를 만날 수 있다. 현재 박물관 등록 기념 입장료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다. 입장료는 성인의 경우 3천원, 중'고등학생 2천500원, 초등학생 2천원이다.

글'사진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대구에서 가는 길:경부고속도로 부산 방면~언양 분기점 해운대'울산 방면~부산'울산고속도로 해운대 방면~온양IC~14번 국도 온양 방면~외고산 옹기마을 이정표 보고 좌회전하면 된다. 외고산 옹기마을에서 간절곶까지는 13㎞ 거리다. 외고산 옹기마을에서 우회전한 뒤 온양네거리에서 간절곶 이정표를 보고 31번 국도를 따라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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