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 수업 전면시행] <상>기대와 우려

입력 2012-02-13 09:57:48

맞벌이 가정 나홀로 아동들 주말마다 '고아 신세'

11일 국립대구박물관 우리문화체험실을 찾은 한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다듬이질을 하며 전통생활문화를 배우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11일 국립대구박물관 우리문화체험실을 찾은 한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다듬이질을 하며 전통생활문화를 배우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새학기부터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실시되면 학교 및 학생생활 전반에 많은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각급 학교와 여행,레저,공연업계는 주말을 겨냥한 각종 프로그램을 준비중에 있고 학부모들도 자녀들의 늘어난 여가를 알차게 보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주말에도 일을 해야하는 맞벌이 부부나 저소득층 학부모는 당장 보육 부담에 짓눌리고 있다. 주5일 수업제 전면시행에 따른 학교와 사회생활 변화상과 과제를 3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주말 여가 보내기에 고심

주5일 수업제 도입과 함께 가장 큰 변화를 겪는 곳은 각 가정이다. 자녀들과 함께할 시간이 크게 늘어나면서 여행이나 각종 체험프로그램을 즐기거나 봉사 활동을 늘리려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주5일 근무를 하는 직장인 최모(39·대구 동구 신암동)씨는 구립 문화회관과 국립대구박물관, 대구미술관 등의 학생 대상 프로그램을 찾느라 정신이 없다. 독서나 연극, 미술, 역사 탐구 등 토요일마다 열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적지 않은 덕분이다. 최 씨는 "인터넷이나 학부모모임을 통하면 여러가지 좋은 프로그램을 찾을 수 있다"며 "아이만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기 때문에 아이에게 좋은 경험을 선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자원봉사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자녀와 함께 있는 시간도 늘릴 수 있고, 여가도 의미있게 활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 때문. 직장인 조모(48)씨는 올해부터 중학교 1학년 딸아이와 봉사활동을 다닐 생각이다. 그간 조 씨 혼자 주말마다 무료급식 활동이나 어르신 목욕 봉사, 김장하기 등 봉사활동을 해왔지만 이제는 가족이 함께 참여하기로 마음을 바꾼 것. 조 씨는 "주말이라고 꼭 놀러다니기 보다는 가족이 함께 봉사활동을 하면 자녀교육에도 좋고 보람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가족봉사단을 운영하는 서구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올해 봉사단 인원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족봉사단의 경우 '놀토'가 아니면 자녀들이 함께 할 수 없어 참여율이 낮았지만 매주 주말을 쉬게 되면 참여 열기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것. 이 곳 최연정 팀장은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여유와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에 토요 자원봉사 프로그램의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며 "어르신 돌봄사업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레저·여행·공연업계는 큰 기대

지역 여행업계는 주말 여행 수요가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여행은 임실치즈, 양떼 목장 체험, 남해안 갯벌체험 등 가족단위 체험 학습 상품이, 해외여행은 대만이나 홍콩, 일본 등 금요일 오후에서 일요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는 단거리 상품이 인기를 얻을 전망이다. 지역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국내 여행의 경우 1인 당 4만~5만원이면 당일 여행을 다녀올 수 있어 30% 이상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기존에 보유한 전세버스 외에도 추가로 프리랜서 차량을 2~3대 더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레저 업계와 문화센터 등은 주말 공연 프로그램의 성격을 가족 중심에서 중·고교생 위주로 바꿀 방침이다. 이월드의 경우 주말 입장객은 평균 1만명 수준이지만 '놀토'에는 1만5천명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것. 이월드 관계자는 "그동안은 한달에 2번인 '놀토'를 위해 학생들 위주로 프로그램을 집중하긴 힘들었다"며 "이제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각종 참여 이벤트나 초청 공연 등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설 문화센터들도 주말 단기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지역의 한 대형마트 문화센터의 경우 이달들어 토·일요일에 새로 개설한 강좌만 10여 개에 이른다.

지역 문화계는 공연장이나 전시회를 찾는 이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미술관은 3월부터 1천여명 수준이던 주말 방문객이 20~30%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토요일 오후 1시간 강좌를 오전 오후 각 2시간씩 늘려잡고 가족 단위 프로그램을 확대할 방침. 대구미술관 변형관 학예연구실 교육 담당자는 "전시 작품과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이나 부모와 작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프로그램 등을 구성할 것"이라며 "오는 7월부터 주5일 근무제가 5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되는 것까지 감안하면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나홀로 아동' 어떡하나

문제는 주말을 부모와 보내기 힘든 '나홀로 아동'들이다. 한부모 가정인 김모(43·여)씨는 중학교 1학년 딸아이가 주말마다 홀로 집을 지킬 생각에 걱정이 태산이다. 주야간 2교대로 돌아가는 업무 특성 상 휴일에도 집을 비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이는 하루종일 TV만 보거나 컴퓨터 게임에 매달리지만 주말까지 학원에 보낼 형편이 못된다. 김 씨는 "주말에 쉬는 다른 가정처럼 여가를 함께 보낼수도 없고, 돌봐줄 사람도 없어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아이 셋을 키우는 정모(39·여)씨도 걱정이 많다. 고교생과 중학생, 초등학생 자녀를 둔 정 씨는 한 달에 두 번은 토요일에도 일을 해야한다. 평소에는 가까운 친정 부모에게 맡겼지만 아이들이 크면서 외조부모 집에 가길 불편해한다. 정 씨는 "아이들이 끼니를 라면으로 때우는 일도 잦고, 하루종일 무기력하게 TV만 본다"며 "가뜩이나 주말마다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안한데 매주 토요일마다 학교에 가지 않으니 난감한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명문학교 진학에 목을 매는 교육 현실에서 사교육시장만 팽창시킬 것이란 우려도 크다. 특히 입시 준비에 매달리는 중고교생의 경우 주말반 학원으로 몰릴 것으로 보인다. 지역 학원가는 앞다퉈 토요일 오전 반을 만들고, 격주 수업을 매주 수업으로 바꾸고 있다.

대구 수성구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주말반을 추가로 편성해 집중도 높게 강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주말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체험활동을 시켜 주는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생길 가능성도 높다. 고교와 대학 입시의 자기주도학습전형, 입학사정관전형 등에 대비하는 각종 체험활동 사교육이 주말에 성행할 수 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