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생각만 하고 실험은 하지 않는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외과의사 중 한 사람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존 헌터(1728~1793)가 제자인 종두법의 발견자 에드워드 제너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이 말대로 그는 실험정신의 화신이었다. 틀린 믿음이었지만 매독과 임질의 병원균이 같은 것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려고 자기 몸에 성병환자의 고름을 주입하고 치료도 일부러 늦춘 일화는 유명하다.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1728년 오늘 태어났다. 뛰어난 외과의사로 외과의학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 주먹구구식이거나 체험에 의존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던 외과의학에 과학적 요소를 체계적으로 도입, 외과의학을 '과학화'한 것이다. 그 방법은 실험이었다. 평생 동안 수많은 동물실험을 했다. 이를 위해 자신의 집에 동물원을 만들기까지 했다. 그러나 매독과 임질이 같은 병이라는 주장은 대가(大家)에 어울리지 않는 치명적 실수였다. 그는 그런 주장을 담은 논문을 1786년 발표했는데 당시 그가 가졌던 엄청난 권위 때문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그의 주장이 틀렸음이 입증되기까지는 그로부터 51년을 기다려야 했다. 결과적으로 치료법의 개발도 그만큼 늦춘 셈이다. 하지만 그 치열한 실험정신 하나는 정말 본받을 만하지 않은가.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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