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도 승부조작…우후죽순 성업 1천개 이상 12조대 시장
#지난해 국내 프로축구계에 승부조작 사건으로 큰 파문이 일었다. 승부조작에 연루된 프로축구 전'현직 선수 62명이 구속되거나 영구제명 등의 징계를 받았다. 특히 한 감독과 선수가 자살하면서 한동안 축구계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
#대구지검은 이번 주 국내 프로배구 전'현직 선수 3명과 브로커 3명을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 수사 결과 전'현직 선수들은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와 연계된 브로커로부터 수천만원의 사례금을 받고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프로축구에 이어 올해 프로배구에서도 발생한 승부조작 사건의 이면에는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가 있다. 사이트 개설자는 해외에 메인 서버를 두고 브로커를 고용해 선수들에게 돈을 준 뒤 승부조작을 시키는 수법을 썼다.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는 배당금을 합법적인 '스포츠토토'보다 훨씬 많이 지급하기 때문에 전문직 종사자,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불법 사이트 시장 규모
현재 국내에서 스포츠토토 복권을 공식적으로 발행하는 곳은 ㈜스포츠토토가 유일하다. 국내외 축구, 야구 등 30~50개 스포츠 경기 중 2~10개를 골라 승패를 맞히거나 경기 점수를 예측해 배당을 받는 구조다. 하지만 스포츠토토는 베팅액이 한 번에 최대 10만원이어서 배당금 규모가 작다.
이 때문에 생겨난 것이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다. 지난해 6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는 1천19개에 이르고 사이트 1개당 약 125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토대로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시장규모를 추정하면 11조9천258억~12조7천4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배당금은 전체 매출액의 10% 선인 1조2천억원대로 추정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우후죽순, 성업
경찰에 따르면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는 실명과 주민등록번호 등록을 하지 않고도 휴대전화와 계좌번호만 있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이들 사이트는 보통 2주마다 주소가 바뀌고, 이용자들에겐 휴대전화 메시지나 SNS를 통해 변경된 주소를 알려준다. 사이트 개설과 폐쇄를 반복하는 '치고 빠지기' 수법으로 경찰의 수사망을 교묘하게 피하고 있다. 합법인 스포츠토토가 국내 스포츠와 해외 인기리그를 대상으로 하는 데 반해 대부분의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는 전 세계 스포츠 경기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름도 생소한 동유럽 2, 3부리그 축구경기를 비롯해 아이스하키, 탁구 경기, e-스포츠 경기를 대상으로 발매하기 때문에 365일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베팅에 참여할 수 있다.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는 합법 스포츠토토에 비해 높은 배당률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스포츠토토의 경우 전체 발매금액의 약 27%를 수익금으로 조성해 국내 스포츠 인프라 구축을 위한 각종 사업에 활용하지만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는 기금 조성 의무가 없기 때문에 스포츠토토에 비해 배당률이 높다.
대구 수성경찰서 사이버팀 관계자는 "사설 토토사이트는 베팅 금액에 제한이 없어 대박을 노리는 이들이 쉽게 빠져든다. 하지만 운영자가 해외에 메인 서버를 두고 점조직으로 운영하는 탓에 적발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 단속 칼 빼들었다
프로축구는 물론이고 프로배구, 프로농구에서 승부조작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단속의 칼을 빼들었다. 정부는 8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에서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통해 베팅만 하더라도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했다. 또 불법 사이트를 설계'제작해 유통시킨 사람(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 벌금)과 사이트 운영자에게 경기정보를 제공하거나 불법 투표권 사업을 홍보'알선한 사람(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까지 처벌토록 했다. 불법 도박사이트를 통해 얻은 부당이득금은 모두 몰수된다.
개정안은 또 승부조작에 가담하거나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면 7년 이하 징역이나 7천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징역과 벌금형을 함께 부과할 수 있게 했다. 지금까지 승부조작 가담자는 7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없애기 위해서는 처벌 강화와 동시에 사행심을 조장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경북대 진영선 교수(심리학과)는 "도박은 어느 시대나 사회에서 존재한다. 처벌을 강화하면 더욱 음지로 파고들 것"이라며 "사회 계층 간 경제적 격차가 벌어지면서 사행심에 대한 유혹도 비례해서 커지는 탓에 사회가 땀을 흘리고 있는 사람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는 시스템이 되면 자연스레 사행심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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