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길 복원은 그 옛날 선유문화(船遊文化)의 재현으로 이어져야 제맛이다. 지난해 초인가 서울 인사동에 있는 한국고문헌연구소장인 서수용 선생 사무실에 들렀다가 선생이 직접 번역해 출판된 '허주부군산수유첩'(虛舟府君山水遺帖)이라는 화첩을 본 적이 있다.
18세기 중반 안동 임청각의 주인이었던 허주 이종악(1726~1773)이 1763년 4월 4일부터 5일간 백운정, 선유정 등 안동의 12경승을 배로 유람하며 그린 12폭 화첩이었는데 뱃놀이 모습을 그린 '사시범주'와 거문고 연주 장면을 담은 '선창계람' 등에서 풍류의 멋을 한껏 엿볼 수 있었다.
단원 김홍도가 그린 평안감사향연도(平安監司饗宴圖) 중 월야선유도(月夜船遊圖)나 혜원 신윤복의 주유청강(舟遊淸江) 그림도 이러한 범주다. 선유는 낮 동안에도 더할 나위 없이 멋스럽지만 역시 압권은 월야선유다.
매년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기간에 하회마을 부용대에서 펼쳐지는 '선유줄불놀이'(낙화놀이)는 불과 달과 선유가 어우러진 환상적 쇼다. 만송루 소나무에서 매달아 놓은 줄을 타고 부용대 정상으로 올라가며 강물 사이로 떨어지는 수천의 불빛이 자아내는 묘한 감흥과 그것을 반사하는 강물의 아른거림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달빛에 취하면 술보다 독한 법이다. 내가 아는 어느 시인은 하회마을 선유줄불놀이만 구경하고 나면 마치 이태백의 시집 한 권을 읽은 것처럼 몽롱하다고 한다. 하회마을 선유줄불놀이에 사람이 몰린다는 것은 여전히 몽환 코드가 대중에게 먹힌다는 증거다.
경상북도와 안동시가 관선나루터와 뱃길을 복원한다고 하는데 개인적 의견이지만 이왕 할 바엔 이러한 선유의 몽환 가치를 재발견하는 데서 출발했으면 좋겠다. 잘만하면 안동의 콘텐츠를 풍부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양 댐 축조로 빚어진 피해의식과 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이번 기회에 한꺼번에 털어낼 수가 있기에 더더욱 그렇다.
(안동시 역사기록관'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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