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미셀 오당(Michel Odent)이란 사람이 대구의 한 산부인과병원에서 강연을 했다. '자연분만과 생후 건강과의 관계'란 주제였다. 프랑스 산과의사인 그는 수중분만의 창시자이며,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만'이란 의미의 '젠틀 버스'(Gentle Birth) 분야의 거장이다. 그는 2002년 한국을 찾았을 때 제왕절개술 및 의료 개입 분만이 늘어나는 상황을 보고 '한국은 10년 내에 청소년 자살률이 급증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주는 미셀 오당이 쓴 '농부와 산과의사'란 책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2005년 녹색평론에서 발간한 이 책을 읽었을 때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의사들에게 이 책의 내용을 들려주면 대부분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요즘은 그의 '주장'이 관심을 끌고 있다.
20년 넘게 프랑스 국영병원의 외과 및 산과의사로 일한 생태주의 사상가 미셀 오당은 분만과정 조력 경험과 수많은 의학 연구 결과를 근거로 이 책을 집필했다. 그는 문명의 병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지를 '농업'과 '출산'이라는 중요한 두 가지 요소를 갖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른바 '산업영농'으로 말미암은 먹거리의 오염과 영양손실, 그로 인한 인간의 건강과 정서의 파괴, 특히 임신 중 먹거리에 의한 태내 오염은 태어날 아이의 건강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한다고 했다.
또 현재와 같은 출산 방식, 즉 지극히 본능에 가까운 출산이란 행위가 병으로 취급되는 현시점에서, 부자연스런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출산할 때 기술적'물리적'약물적 개입은 산모뿐만 아니라 아이의 향후 건강과 정서에 치명적이란 것이다. 나아가 그러한 개인들의 집합체인 사회 전체가 병들어 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그래서 생태적으로 건강한 문명의 회복을 위해서도 좀 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출산, 즉 기술이라는 '폭력'의 개입이 최소한도로 되는 출산 관행의 회복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임신 중의 태아기와 출산 시, 그리고 태어나서 1년 남짓 동안의 건강상태가 한 개인의 평생에 걸친 건강을 좌우하는 가장 큰 잠재적 원인이라고 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수많은 의료 및 건강과학 연구논문들을 검토한 결과, 태어나는 방식이 개인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그 개인이 속한 문화의 성격에도 근원적으로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즉 출산 시 기술적 개입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개인은 보다 공격적 성향의 인간으로 자라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그러한 개인들이 다수를 이루는 사회는 폭력적으로 될 잠재적 경향을 갖고 있다는 것을 '과학적 증거'를 통해 강조하고 있다. 아이를 잉태하려는 부부, 건강한 아이를 낳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정보가 될 것이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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