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음식 이야기] (7) 발효과학 장 담그기

입력 2012-02-09 14:42:43

메주 꼭꼭 밟아서 만드는 이유? 미생물 증식 UP!

좋은 장맛을 내려면 여러 가지 중요한 요인이 있다. 그중 먼저 콩의 선별부터 신경 써야 한다. 콩 재배지의 농사가 이모작인지 콩밭 전용인지를 알고 구입해야 한다. 전용 밭이 아니면 산간지역의 밭농사를 짓는 밭두렁가의 콩을 구입하는 것이 좋고, 재래종보다는 토종 콩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장맛은 알맞게 잘 삶은 메주에 달려 있다. 이 때문에 장류 제조과정에서는 원료인 메주콩을 알맞게, 적절히 처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콩을 익히는 정도에 따라 장의 품질이 달라지는데, 지나치게 익히면 세포조직이 효소가 침투하기 좋은 상태로 풀어졌다가 염분으로 인해 다시 단단하게 결합하기 때문에 단백질 분해에 영향을 줘 좋지 않다. 반면 덜 익히면 여러 가지 분해 효소가 제대로 침투하지 못해 발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덜 익은 메주로 장을 담그면 간장의 색이 맑지 못하고 제대로 우러나지 않아 품질이 떨어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메주를 쑤는 날은 대개 입동(立冬: 24절기의 19번째)을 기점으로 준비해 이듬해 정월 초까지 가능하다.

메주를 꼭꼭 밟아서 만드는 것은 콩 단백질의 결속을 높여 미생물의 발효증식이 잘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볏짚에 매달아서 말리는 이유는 자연 속의 미생물과 만나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미생물을 잘 번식시키기 위한 것. 메주의 숙성에 관여하는 주미생물은 바실러스 서브틸러스(Bacillus subtilis)이다. 이 균은 물 맑고 햇빛 좋고 공기가 깨끗한 기후 조건을 지닌 우리나라에 활발히 사는 균으로 짚에서 잘 자란다. 아울러 콩류 제품에서 잘 자라고 독성이 있는 곰팡이(아플라톡신-간장독)의 번식을 제거하게 된다.

좋은 소금을 준비하는 것도 장맛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소금의 주성분은 염화나트륨(NaCl)이며, 그 외 미량의 칼슘염, 마그네슘염, 칼륨염, 철 등을 함유하고 있다. 천일염(호렴)이 주로 사용되는데 가을철에 미리 구입하여 소금포대 밑에 막대기를 받쳐 간수를 저절로 빠지게 한 다음 사용해야 한다. 몇 년 묵은 소금을 사용하면 더욱 좋고 죽염이나 구운 소금도 가능하다.

물 또한 중요한데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 생수 등을 사용한다. 예전에는 '납설수'(납일-동지뒤 셋째 미일(未日)에 내리는 눈 녹인물)가 해독과 살충효과가 있다고 해서 사용하기도 했고, 북쪽 응달에 있는 샘물일수록 좋다고 하여 물의 좋고 나쁨을 가렸다.

마지막으로 메주가 잘 뜬 것이어야 한다. 한겨울 내내 매달아 둔 메주는 볏짚이나 공기로부터 여러 미생물이 자연적으로 들어가 발육하게 되고, 이들 미생물이 콩의 성분을 분해할 수 있는 단백분해효소(protease)와 전분분해효소(amylase)를 분비해 간장의 고유한 맛과 향을 내는 미생물이 번식하게 된다. 메주는 겉은 단단하고 속은 말랑한 것이 좋다. 곰팡이는 흰색, 노란색을 띠어야 좋으며 검은색이나 푸른빛이 도는 것은 잡균이 번식한 것이다. 메주색은 붉은빛이 도는 황색, 즉 밝은 갈색이 나게 뜨는 것이 좋다. 이러한 메주를 준비하여 장담기 2, 3일 전에 메주를 솔로 깨끗이 문질러 먼지와 유해미생물을 1차 제거하고 햇볕에 다시 말려 2차로 유해미생물을 제거한다.

장을 담글 때는 잘 말린 메주에 소금, 생수를 1:1:4 비율로 준비한 뒤 대추, 숯, 짚 등 장 담글 때 들어가는 부재료와 소금물을 부어 장독에 담고 위에 웃소금을 덮어 60~90일 정도 숙성 후 간장을 걸러내고 남은 메주 덩어리를 부수어 고루 섞은 다음 간을 보아 싱거우면 소금을 섞어 버무린다. 소독된 항아리 밑바닥에 소금을 약간 뿌린 뒤 버무린 메주를 꼭꼭 눌러 담고 사이 사이에 매운 건고추를 넣어 주고 위에 소금을 뿌린 후 항아리 입구를 베보자기로 봉해 덮어 둔다. 햇볕이 좋은 날은 뚜껑을 열어 볕을 쪼이고 오후에는 덮는다. 황사가 일어날 무렵부터는 장독 뚜껑을 열지 않는 것이 좋으며, 도시는 오염된 공기가 심하므로 열지 않는 것이 좋다.

신아가 참(眞)자연음식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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