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달예술인촌, 한파 닥쳐도 예술혼 활활

입력 2012-02-09 07:58:28

10명 작가 오손도손 모여 한 교실에 한 명씩 작업

"요즘 비상시국이에요. 수도관이 얼어서 녹이느라 애를 먹었죠."

10명의 예술인들이 모여 작업하는 대구 달성군 다사읍 박달예술인촌에도 겨울이 한창이다. 도심 한가운데보다 2, 3℃ 더 낮은 이곳에서 작가들은 옷을 서너 겹씩 더 입고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현재 서양화, 한국화, 조각, 디자인, 도예 등 10명의 작가들이 모여 함께 작업하고 있는 박달예술인촌은 폐교를 활용한 공간으로, 2000년부터 지금까지 여러 명의 작가가 거쳐 갔다. 오로지 예술을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작업하지만, 그래도 추운 것은 마찬가지다.

서양화가 이창열 씨는 이 추위에도 난로 하나 없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유화를 주로 그리는데, 나무 장작을 때면 나무 재가 작품에 앉게 돼요. 요즘 같은 겨울철엔 유화가 건조되는 데 시간이 최소 일주일은 걸리니, 재가 나오는 난로를 때기란 불가능하지요. 재가 앉으면 새로 칠해야 하거든요. 너무 추워서 석유난로라도 마련해야 하나 고민이에요."

도예 작업을 하는 윤기환, 이은우 씨는 한 작업실을 나누어 쓰고 있다. 도예 작가들에게 겨울은 흙도 잘 관리해야 하는 시기. "온도가 너무 내려가면 굽기 전 작품이 깨지기 쉬워요. 애써 만들어놓은 작품에 금이 가죠. 원재료인 흙 역시 너무 추운데 놔두면 새로 마련해야 해요. 작년 겨울엔 얼어서 새로 흙을 구해야했어요." 이들은 작업실 뒤편에 가스 가마도 장만해 두었다. 한 달에 두 번쯤 작품을 구워낸다. 이곳에서 각종 생활자기, 예술자기들이 탄생한다. 학교 곳곳은 예술의 흔적으로 아름답다.

박달예술인촌에 많을 땐 작가가 17명까지 있었지만 지금은 10명이 한 교실에 한 명씩 작업하고 있다.

거의 매일 얼굴을 대하다 보니 입주 작가들은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새로 입주하고 싶어 하는 작가가 있으면 만장일치로 결정해요.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함께 생활하기 힘드니까요."

2000년 박달예술인촌 개관 당시부터 작업실을 꾸려온 터줏대감 박휘봉 씨는 작업실에 설치해둔 나무 난로에 고구마도 구워먹고, 밥도 함께 해먹는다고 자랑한다. 나무난로를 때고 있는 박 씨의 작업실은 모든 작가들의 사랑방이다. 학교 바로 뒤편에는 텃밭도 있다. 165㎡(50여 평)의 텃밭에 여러 가지 채소를 길러 먹는다.

겨울에는 다소 황량하지만 봄이 되고 날씨가 좋아지면 꽤 많은 사람들이 이곳 박달예술인촌을 찾는다. 2010년 교실 한 칸을 박달예술인촌 전시실로 열고 운동장에도 조각 작품을 10점 설치하는 등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지점을 넓혔기 때문. 사람들은 조각 위에 걸터앉기도 하고 작가들의 작업실을 둘러보면서 예술이 완성되는 과정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디자인 작가 배인호 씨는 "이곳이 도심과 가깝고 작품들도 많아 시민들에게 인기 있는 나들이 장소이지만 잔디가 깔리지 않고 편의시설이 부족한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배득순, 박영숙, 이상헌, 노창환, 전경표 작가가 작업실을 꾸려가고 있다.

박달예술인촌은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달천리 306의 1번지로, 상설전시실과 운동장 야외전시장이 있다. 연 1회 학생 미술 체험 학습실을 운영하고 작가들의 작업실을 항상 개방해 지역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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