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5일제 수업 전면 실시…현명한 해법은
"나가자!" VS "좀 쉬자!"
사회 전반에 주 5일 근무제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오는 3월부터 초'중'고교에도 주 5일 수업이 전면 실시되면서 라이프 사이클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주 5일 수업이 가정에 적잖은 고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부모는 쉬고 싶고, 자녀는 놀고 싶은 욕구가 상충될 때 잘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 5일 수업이 전면 시행되기 전에는 토요일 오전은 이런 상충의 시간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젠 토요일 아침부터 일찍 일어난 자녀가 '오늘 놀이공원 가자!'고 외치면 또다시 주말 피로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이런 현상은 주 5일 수업 전면 도입에 따른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는 것이 좋겠다. 지역사회와 학교, 그리고 각 가정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교육당국은 주 5일 수업 전면 실시에 따른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선진국형 주 5일 수업은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렇지만 각 가정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매주 토요일 자녀에게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을 제공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각 가정에서는 벌써 고민 시작
초교생인 아들과 딸을 두고 있는 맞벌이 부부 김성준(가명'39)'주정숙(가명'33) 씨는 주 5일 수업 전면 도입을 앞두고 세 차례에 걸쳐 100분 토론을 거친 끝에 결론을 내렸다. '매월 첫째'셋째 주 토요일은 아빠가, 그리고 둘째'넷째 주 토요일은 엄마가 책임지고 자녀와 유익한 시간을 보낼 것! 일요일은 다같이 놀거나 외식을 함.'
맞벌이 부부가 아닌 경우에도 주 5일 수업으로 인한 고민에 빠져 있다. 외벌이 가장인 직장인 강상훈(가명'36) 씨의 토요일은 언제나 오후부터 활동을 시작하는데, 앞으로 고민이다. 토요일 오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과 함께 놀아줘야 하는 부담이 벌써부터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다. 금요일 밤의 직장 회식 등의 술자리는 토요일 늦잠으로 자연스레 연결되는데 이젠 난관에 봉착했다. 매주 금요일 회식이나 술자리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게 된 셈.
부담은 가장인 아버지뿐 아니라 어머니에게도 있다. 10년차 직장인 정선미(34) 씨는 토요일 오전에는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으로 오롯하게 쓰고 있는데 이제부터는 그렇게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매주 토요일 아침에 중국어 학원도 다니고 요가로 몸을 유연하게 하는 운동을 하는데 이젠 토요일 오전에 학교를 가지 않는 자녀 때문에 나를 위한 시간을 자녀에게 양보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는 것.
정 씨는 "토요일에 미혼 친구들과 영화나 공연도 즐겨봤는데 이제는 다시 가정으로 돌아와 자녀와 함께 체험학습이나 역사탐방 등 좋은 프로그램을 찾아다녀야 할 것 같다"고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마음가짐을 바꾸자, '토요일 오전부터'
결혼하면 가정을 위한 봉사는 필수다. 이왕 이런 현실이라면 마음을 바꾸는 편이 낫다. 워킹맘 박라희(가명'35) 씨는 토요일을 '오롯이 봉사하는 날'로 정하고 마음을 비웠다. 토요일 아침 댓바람부터 단잠을 깨우는 딸을 원망하지 않는다. 좀더 눈을 붙이고 싶지만 이번주 토요일 계획대로 움직인다.
박 씨는 "어린이 테마파크에 가서 녹초가 되어도 딸을 위해 희생하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참을 수 있다"며 "3월부터 아이들끼리 놀고, 부모는 따로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아서 상생(相生)할 것"이라고 스스로 긍정적 마인드의 소유자임을 넌지시 알렸다.
이런 부모의 낙천적인 마음가짐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방해 세력은 역시나 돈이다. 경제적 부담이 크긴 크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의 고진광 공동대표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쪽이라면 부모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많겠지만, 전반적인 우리나라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지역사회를 네트워크로 하면서 아이들과 체험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시스템이 없다"며 "맞벌이 부부에게는 아직 아찔한 입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고 대표는 대안으로 '토요 돌봄교실' 등 놀토에 대한 다른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것을 교육당국에 촉구했다.
대구시교육청도 주 5일 수업 전면 실시를 앞두고 지난해 2학기 주 5일 수업 34개교(초교 23개교'중학교 11개교)를 시범 운영하면서, '꿈과 행복찾기 토요 프로젝트 107'이라고 이름 지은 프로그램의 사례집을 발표했다.
시교육청 안영자 장학사는 "부모를 비롯한 각종 사회문화단체, 지자체가 함께 학교와 함께 머리를 맞대면 주 5일 수업이 빨리 성공적으로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분주해진 관련 업계
교육과학기술부는 학부모 측에서 요구하는 토요일 프로그램 육성방안을 찾고 있다. 음악, 미술, 스포츠 등과 같은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초'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토요 스포츠클럽을 만들고 학교 단위와 지역 단위의 스포츠리그를 활성화하는 것과 함께 실제 학생들이 현장실습 또는 문화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협의를 해 주 5일 수업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좋은 해결책을 제시할 방침이라고 한다.
주 5일 수업의 전면 도입을 앞두고 각종 유소년 스포츠클럽, 청소년 관련 교육업체, 문화콘텐츠 제공업체, 여행사 등 관련 업계도 분주해졌다. 이들 업체들은 토'일요일 부모들의 걱정을 덜어주면서 자녀들이 유익하게 놀 수 있는 관련 프로그램을 벌써부터 소개하고 있다.
대구의 여행사인 '여행과 문화'의 이현동 대표는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좋은 곳을 찾아 여행도 즐기면서 여러 가지 봉사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이라며 "주 5일 수업 전면 실시와 함께 가족이 보다 보람 있고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여행이 될 좋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콩이랑 아이랑'를 만든 문화콘텐츠 개발센터 '판'의 문화기획가 김봉군 씨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놀면서 체험하고, 새롭게 배울 수 있는 체험장이 앞으로 더 많이 생겨날 것"이라며 "콩을 소재로 신개념 친환경 놀이터를 만들었지만 다음엔 더 기발한 아이디어로 부모와 자녀들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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