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점 몰아낸 동네빵집…용산동 레이몬드 베이커리

입력 2012-01-31 10:52:43

제빵사 3명 1998년 의기투합…공동브랜드 승부수, 7곳 개점

단골고객 2천 명을 유지하며 대형업체와의 승부에서 당당하게 살아남은
단골고객 2천 명을 유지하며 대형업체와의 승부에서 당당하게 살아남은 '레이몬드 베이커리'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재벌로 대변되는 '0.1%'의 부의 집중이 한국 사회의 병폐로 부각되고 있다.

이들이 무분별하게 만든 대형 프랜차이즈가 골목 상권까지 파고들고 있고 대형 유통업체들은 구매력을 앞세워 막대한 유통 마진을 챙기면서 농촌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거대 자본과의 경쟁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소상인이나 농민들은 모든 면에서 약자다. 하지만 아이디어와 끈기로 '성공'을 이룬 이들도 적지않다.

빵집, 커피전문점, 편의점 등 골목 상권에 범람하는 프랜차이즈 점포들.

화려한 인테리어와 엄청난 광고를 바탕으로 한 마케팅을 앞세운 프랜차이즈에 기존 상권들은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대도시 아파트 단지라면 빠지지 않고 찾아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에서 운영하는 빵집들이다.

대구 달서구 용산동에 가면 이러한 '상식'이 파괴된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과의 승부에서 당당하게 살아남은 '동네빵집'이 있기 때문이다. 이 곳 아파트 상가에 자리 잡은 '레이몬드 베이커리'.

김대창(42) 대표는 2001년 빵집을 열었고 인근에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생겨났지만 줄줄이 문을 닫았다.

창업 후 얼마 뒤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이 문을 열었지만 조용히 문을 닫았고 5년 전쯤에는 다른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이 개점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같은 상권에서 대형 프랜차이즈는 문을 닫고 동네빵집은 살아남는 특이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배경은 소비자들이 동네빵집인 '레이몬드 베이커리'를 선택한 때문이다.

김 대표의 빵집에 현재 등록된 회원 수는 5천여 명. 이사간 손님을 제외하더라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찾는 단골손님이 2천여 명에 달한다.

프랜차이즈와의 경쟁에서 레이몬드 베이커리가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은 '협업'과 '맛'이었다.

레이몬드 베이커리는 개별 빵집을 운영하던 오너제빵사 3명이 1998년 간판을 내건 공동 브랜드다. 김 대표가 레이몬드의 이름으로 장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15개의 빵집이 있었지만 현재는 7개가 남아있다.

레이몬드의 7명 사장들은 같은 이름을 걸고 서로 도와가며 빵집을 운영한다.

7개 빵집 사장들이 신메뉴 개발에 머리를 맞대고, 빵을 만드는 재료인 계란, 밀가루 등을 공급받을 때 단체로 거래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공급받는다.

레이몬드 베이커리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향이 살아있고 맛이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김 대표는 "가격은 프랜차이즈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빵을 만들 때 기본이 되는 생지(반죽)가 프랜차이즈와 많이 다르다"며 "프랜차이즈들은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낸 냉동 생지를 많이 이용하지만 우리는 가게에서 직접 만든 신선한 생지를 이용하다보니 빵맛이 다르다"고 말했다.

더불어 제과기능장 김 대표의 솜씨도 손님들의 발길을 레이몬드 베이커리로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소비자들은 무엇보다 맛을 믿고 찾아주신다"며 "마케팅이나 매장 인테리어 등으로 따라갈 수 없는 프랜차이즈와 승부할 수 있었던 것은 신선한 재료와 맛"이라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