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종로의 부활] 茶'천연염색'골동품 가게 많은 걷고싶은 전통거리

입력 2012-01-26 14:49:13

거리는 인생을 닮았다. 삶에 굴곡이 있듯 거리도 흥망성쇠를 되풀이한다. 대구 종로도 예외는 아니다. 화려했던 과거와 쇠퇴기를 거쳐 다시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종로는 가구거리로 명성을 떨치다가 다시 전통이 살아 있는 테마거리와 먹거리 거리로 살아나고 있다. 종로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종로의 어제

한때 대구를 대표했던 거리인 종로는 조선시대 행정'치안의 중심지였다. 종을 쳐서 시간을 알리는 종루가 있던 거리에서 비롯됐다. 읍성시대에서 구한말까지 현재의 종로는 물론 달서문에서 감영까지의 길도 종로로 불렸다. 종로는 1911년 일제강점기 때 행정구역 개편으로 '교마치'(京町)로 불리다가 해방 이후 다시 '종로'라는 명칭을 회복했다.

종로는 1970년대까지 수많은 요정과 화교 상권 등에 힘입어 인파가 북적거리는 활기찬 거리였고, 1990년대까지도 가구골목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날렸다. 그러나 주거문화가 아파트 위주로 바뀌고 도심에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면서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빈 건물이 방치되다 2007년쯤부터 전통차와 다기, 천연염색, 골동품 등을 취급하는 점포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전통거리로 거듭났다.

30년 전 종로에서 다기전문점 '청백원'을 연 이회성 대표는 "현재 종로에는 차, 다기, 천연염색, 골동품 등을 취급하는 40여 개의 점포가 성업 중이다"며 "지난해 현대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염매시장 떡집들도 종로골목으로 옮겨오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청은 종로를 살리기 위해 3년 전부터 도심재창조란 주제로 '걷고 싶은 거리, 테마가 있는 거리'로 만들고 있다. 종로 진골목에는 쌈지공원과 작은 도서관을 조성하고 미도다방 옆에도 벽화를 그려 넣었다. 한정식 백록식당 입구 벽에는 진골목의 역사를 소개한 장식을 설치하는 등 스토리텔링 벽화들로 꾸몄다. 종로거리 양쪽으로 청사초롱을 매달아 전통미를 살리고 소설가 김원일의 장편소설 '마당 깊은 집'을 배경으로 한 조형물도 설치했다.

◆종로의 오늘

전통문화 거리로 화려하게 부활하던 종로도 2, 3년 전부터 유동인구 감소로 다소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대중교통전용지구 설치와 현대백화점 대구점 개점으로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2천500여 명에 이르는 현대백화점 직원들과 동성로의 젊은 층이 종로로 몰려들고 있다. 종로 인근에는 인구 유입으로 원룸촌도 활발히 형성되고 있다.

종로에는 동성로의 20, 30대 젊은 층은 물론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간단한 식사나 술자리는 물론 단체 회식을 위해 몰려들고 있다.

이곳에서 식당을 하는 한 주인은 "최근 들어 동성로의 젊은 층과 주위의 유통업'금융업 등에 종사하는 손님들이 부쩍 늘고 있다"며 "오후 8, 9시가 되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비고 오전 2, 3시까지도 손님맞이에 바쁘다"고 말했다. 식당이 성업하면서 한 곳에 불과했던 노래방도 6곳으로 늘어나 상권 활성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식당 골목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6월에는 종로상가번영회(회장 최병헌)도 결성됐다. 대구시 중구청 양수용 도시관리과장은 "종로가 전통테마 거리는 물론 먹거리 거리로 변모하면서 상권이 활성화되고 있다"며 "인위적으로 명물거리를 조성하기는 어렵고 자율에 맡겨두되 건물 외관 정비나 보행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종로가 '전통'과 '명물 먹거리'란 2개의 날개로 다시 비상하고 있다.

##최병헌 종로상가번영회장

"종로가 먹거리 골목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종로 발전을 위해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에게 환한 미소와 친절로 정성을 다할 것입니다."

최병헌(사진) 종로상가번영회 회장은 종로를 명물 음식거리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종로상가번영회는 지난해 6월 종로 상권 활성화를 위해 29명의 회원이 힘을 뭉쳤다. 한때 주춤했던 종로거리에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손님들에게 청결하고 맛있는 음식과 친절로 봉사를 한다는 것. 김정효 총무는 "회원 간의 단합과 정보교류를 통해 삶의 터전인 종로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회원들은 매달 정기회의를 갖고 상가발전을 논의한다. 바쁜 가운데도 100%의 출석률을 자랑하며 단합을 과시하고 있다. 식당업으로 번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이달 13일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이웃돕기 성금(100만원)을 대구 중구청에 전달했다. 앞으로도 양로원 방문, 홀몸노인 무료급식 등 봉사활동도 펼쳐나갈 계획이다. 최 회장은 대구 중구 새마을회장, 중부경찰서 청소년지도 위원장 등 다양한 사회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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