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대구시민 실상 반영?…가짜석유 적발 전국 최고

입력 2012-01-26 10:56:20

작년 9개월간 1천여곳 적발…전국전체 건수의 56% 차지

'대구는 가짜 석유 천국?'

대구가 전국에서 가짜 석유 적발업소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는 사람뿐 아니라 사는 사람도 대구에서 가장 많이 적발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7대 도시 중 최하위라는 소득 수준 때문에 전국 평균보다 낮은 휘발유 가격에도 더 싼 가짜 석유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대구지역 가짜 석유 판매 적발건수는 1천39건으로 전체 2천342건의 55.6%를 차지했다. 두 번째로 적발건수가 많은 경기지역(529건)에 비해서도 2배가량 많았다. 주유소에서 가짜 석유를 섞어 팔다 영업정지처분을 받은 곳도 26일 현재 4곳이다.

대구에 유난히 가짜 석유 판매업소가 많은 이유는 뭘까.

주유소 관계자들은 사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팔려는 사람들도 많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대구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1천918.71원으로 전국 평균 1천929.26원보다 10원 이상 낮았고, 7대 도시 중 광주(1천910.34원) 다음으로 저렴했다. 하지만 지역 내 총소득과 대비해 보면 대구 시민들의 체감 휘발유 가격은 이보다 높다.

대구는 2010년 1인당 지역내총소득이 1천717만원으로 전국에서 강원도 다음으로 낮았다. 전국 평균은 2천405만원이었고, 총소득이 가장 높았던 울산은 3천870만원을 기록했다.

한 달 평균 휘발유 100ℓ를 주유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면, 지난해 휘발유 평균가격이 1천922.75원이었던 울산의 경우 연간 230만7천300원을, 대구의 경우 연간 230만2천52원을 주유에 사용한다. 하지만 울산의 경우 1인당 지역내총소득 대비 5.96%를 주유비로 사용하지만 대구는 13.4%나 쓰게 된다. 그만큼 소득 대비 주유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체감 휘발유 가격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

이 때문에 가격이 저렴한 가짜 석유를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 실제로 이달 2일부터 9일 사이 한국석유관리원이 휘발유 사용자를 대상으로 가짜 석유 일제단속을 벌인 결과 48명 중 30명이 대구경북에서 적발됐다.

한국석유관리원 대구경북지사 정광영 과장은 "전국 전체의 60%가량 가짜 석유 판매업소가 대구경북에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며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는 한편 사용자를 적발하는 데도 노력해 안전을 위협하는 가짜 석유 천국이라는 오명을 벗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가짜 석유 판매에 나서는 이들이 많은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주유소 관계자들은 "가짜 석유를 파는 사람들 중에 20, 30대 젊은층이 많다"며 "대구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지만 젊은 사람들이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가짜 석유 판매를 직업으로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의 개정된 하위법령이 시행됨에 따라 가짜 석유 판매자는 물론 사용자도 처벌을 받게 된다.

길거리업소 등 주유소가 아닌 무등록(무신고) 업소에서 유류를 구매한 경우는 가짜 석유에 대한 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과태료(50만~3천만원) 처벌을 받게 된다.

한편 가짜 휘발유를 취급하다 적발된 주유소는 전국 대비 평균 수준을 보였다.

26일 현재 가짜 석유를 섞어 팔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주유소는 전국 122개이며 대구에서 적발된 업소는 4곳이다. 가짜 석유 적발 주유소는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www.opinet.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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