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행정체제 개편, 통합이 만능은 아니다

입력 2012-01-25 07:10:50

2010년 10월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시행됨에 따라 작년 2월에 출범한 지방행정체제개편 추진위원회는 올 6월까지 개편방안을 완료하도록 되어 있다. 체제개편의 중점 추진과제 중 이슈가 되는 것은 시'군'구 통합문제다.

위원회가 신중한 논의를 거쳐 개편방안을 마무리해도 국회가 다시 법률로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논의가 다시 재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핵심인 기초지자체의 통합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와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끌어갈 것이 아니라 올바른 개편을 위해 폭넓은 논의와 더 많은 여론수렴을 해야 한다.

추진위원회가 작년 9월 시'군'구 통합의 1차적 기준을 인구(15만 명 이하) 또는 면적(42.5㎢)이 과소한 지역, 2차 기준은 지리, 생활경제권, 주민 불편, 역사'문화적 동질성, 지역경쟁력 강화 등을 내걸고 있지만 각 분야마다 적잖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구에서는 중구, 남구, 서구가 1차적 기준의 통합대상으로 분류되지만 이 3개구의 면적을 합쳐도 기준면적을 충족시키지 못하니 특별법 기준을 지킨다면 인접구의 경계를 또 조정해야한다.

인구와 면적이라는 두 가지 객관적 지표를 대전제로 체제개편을 논할 수는 있겠으나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특별'광역시의 모든 도시가 구간 편차가 심하다. 그 편차는 도시의 내력과 연관이 있기 마련이다. 또한 열악한 지자체끼리의 통합은 소속감 상실과 공동체 의식결여, 균형발전 저해는 물론이고 광역시 적정 기초단체수를 축소시켜 광역시의 역할분담에 부정적인 상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가정하면 광역단위별로 광역시의 인구수를 나누어 자치구 수를 설정하고, 광역시의 특성에 맞게 경계의 조정을 포함한 체제개편 방안 등도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인근 구라고 하여 역사, 문화, 경제, 사회적으로 유사한 유형의 도시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중구만 보더라도 대구의 정체성이 담겨진 역사'문화자원의 보물창고일 뿐만 아니라, 대구의 중심이자 모태라는 점에서 대구시민 모두에게 특별한 공간이다. 작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통해 동산, 영남옛길(과거길), 읍성길, 경상감영, 달성 등 역사문화와 근대향수가 가득한 도심의 공간들이 외지인들에게 가장 대구다운 곳으로 인정받았다. 중구뿐만 아니라 다른 구'군 또한 특화자원을 활용한 정책개발에 힘쓰고 있는데, 이럴 경우 통합보다 부분적인 체제의 개편 즉 구역 경계조정 등은 접근방법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이점이 있다.

이러한 광역단위별로 자율적 기준을 설정해 추진토록 하는 방안은 체제개편의 부정적 요인을 감소시키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또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 방식이다. 현재의 시'군'구 통합은 지방의회의 결정으로 이루어진다. 2010 마산-창원-진해의 통합은 지방의회 의견만으로 결정해 주민참여 후퇴의 결과를 가져왔고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주민참여는 지방자치의 기본임에도 주민투표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지역간의 갈등만 부추기게 된다. 충분한 토론과정을 거치고 주민에게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한 후에 진행되어도 늦지 않다.

지자체 통합을 포함한 체제개편은 지역의 미래와 직결된다. 지방자치의 장점은 그 지역이 가진 강점을 특화 발전시킬 수 있고, 지역민이 원하는 맞춤형 서비스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경쟁력 있는 외국의 지자체들 중 규모와 상관없이 그 지역이 가진 특성과 자원을 잘 융합하고 발전시켜 성공한 사례들을 검토하여 주민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한 개편 안이 되기를 바란다.

윤 순 영 대구 중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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