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친 한나라 '총체적 난국'…"상황 통제 불능"

입력 2012-01-10 10:39:07

한나라당이 돈봉투 사건으로 혼돈에 빠졌다.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 파문에 이어 후진적인 금권정치의 실태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당이 도대체 어느 수준까지 나락으로 떨어질지 아무도 예측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호랑이 등에 탄 꼴'이라는 이야기가 딱 들어맞는 형국이다. 내리고 싶어도, 그만두고 싶어도 이제는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통제 불능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한나라당은 10일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돈봉투 파문의 대책을 논의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은 엄정한 수사를 할 것이고 당은 책임을 질 것"이라며 "국민에게 잘못과 실수를 자백하고 새 살이 돋는 것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원칙론적인 이야기 외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어 보였다.

권영세 사무총장도 "총체적 난국에서 자기 스스로 반성하고,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는 모습이 중요하다"며 "자기 자신이나 소집단을 우선시키는 것은 당을 더 어렵게 하는 행동임을 명심해달라"고 말했다. 돌출행동을 자제하고 자중자애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하지만 당내 분위기는 검찰 수사 결과를 마냥 기다릴 정도로 여유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비상대책위원회는 물론 중진들까지 나서 선제적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이상돈 한나라당 비대위원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박희태 국회의장이 법적인 책임이 없다 하더라도 정치적, 도의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손상을 입었다"며 의장직 사퇴를 촉구했다. 이 위원은 이어 "돈봉투 사건뿐 아니라 '사이버 테러'에도 박 의장의 보좌관 얘기가 나왔다"며 "무관하다고 하는 건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전 대표는 9일 언론 인터뷰에서 "여야 할 것 없이 정당 내부 선거에서는 비밀이 보장되므로 (돈 선거) 관행이 끊이질 않았다"며 "이번 돈봉투 사건만 해도 비단 한나라당만의 일은 아니며, 여야 공히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비대위는 9일 박희태 국회의장의 사퇴를 공개 촉구했다. 여당 출신 국회의장에 대한 여당의 사퇴 촉구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만큼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당헌'당규를 칼같이 지켰으면 한나라당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구태 정치, 그리고 과거의 잘못된 정치 관행과 단절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언급은 자신이 당 대표 시절 엄격한 윤리의식을 강조하며 만든 당헌'당규를 18대 국회 출범 이후 당 지도부가 제대로 지키지 않아 오늘의 상황이 발생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책임론'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박 위원장 역시 현재 상황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 보인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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