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잠 설치는 축산농가… "이러다 줄도산" 겹시름

입력 2012-01-06 10:52:09

소값 폭락, 사료값 급등

소값 폭락으로 한우 사육 농가가 고사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5일 칠곡군 지천면의 한 축산 농가에서 주인이 일손을 멈춘 채 소를 바라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소값 폭락으로 한우 사육 농가가 고사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5일 칠곡군 지천면의 한 축산 농가에서 주인이 일손을 멈춘 채 소를 바라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한우가격이 폭락하면서 지역 한우축산농가의 줄도산이 우려되고 있다.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설을 맞아 본격적인 한우 출하가 예상되지만 지난해 구제역 여파로 고통받았던 지역 한우농가들은 계속되는 소값 폭락으로 사료값도 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값 폭락'사료값 인상 '겹시름'

안동지역의 경우 지난해 4월 450여만원이 던 600kg 암소 가격은 5월 420만원, 6월 370만원 등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지난 3일 가축시장에서는 367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구제역 이전의 570여만원에 비해 무려 200여만원이 떨어진 것이다.

예천군 한우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366만원이던 600kg 수소 산지 평균가격은 지난해 12월 320만원까지 떨어졌다.

송아지 가격은 더욱 심각하다.

번식우 전문 농가인 경주시 안강읍 금계리 안심농장은 매년 70여 마리의 송아지를 생산해 번식했으나 최근에는 가격이 사육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자 송아지 번식을 줄여가고 있다. 지난해까지 평균 240만원 하던 송아지 가격이 120여만원대로 절반가량 뚝 떨어진 것.

이 농장은 송아지 생산이 전문이지만 최근에는 아예 수정을 포기하고 있다. 송아지 한 마리당 어미소가 임신을 해서 입식할 때가지 수정비와 사료비, 약값 등으로 최소한 250만원이 들기 때문이다. 이 농장 대표 임영호 씨는 "8~9년 전부터 육종개량으로 최고등급의 한우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이제는 번식우도 도태시킬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축산농민 김성운(42'예천군 예천읍) 씨는 "구제역으로 출하를 못하던 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고기량은 많아지고 소비는 크게 줄어 소를 키워도 사료 값도 안 나오는 실정"이라며 "정부가 개입해 사육두수를 줄이지 않으면 모든 축산농가들이 파산할 것이다"고 말했다.

소값은 하락하고 있지만 사료 값은 유류비'곡물가 인상 등으로 크게 올라 농가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한우에게 먹이는 사료값은 지난 20개월 동안 20%가량 올랐다. 25kg 한 포 기준으로 2010년 5월 9천320원에서 현재 1만1천570원으로 인상됐다. 권정환(62'안동시 서후면) 씨는 "25㎏들이 1포당 가격이 3년 새 24.3% 올랐다"고 했다. 사료 원료인 국제 옥수수 가격이 같은 기간 60%이상 상승했기 때문이다.

치솟는 사료값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축산농민들은 소 사육을 포기하고 있다. 또 가격폭락으로 사료비를 염려한 경주지역의 한 축산농가는 어미소 8마리와 송아지 4마리를 정상 금액의 3분의 1인 850만원에 출하하는가 하면 출하를 앞둔 소에게 사료를 주지 않아 폐사하는 일도 벌어졌다.

축산영농 후계자인 기도영(34) 씨는 "한창 소가 많을 때는 500여 마리를 사육했으나 현재는 사료값 인상과 소값 하락 등으로 송아지를 입식하지 않고 있다"면서 "농장을 담보로 빌린 축사 증축비용의 대출이자를 갚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정부 대책 '땜질'

지역 한우농가들은 한우가격 안정화를 위해 지난해 궐기대회 등을 통해 암소도태 장려금을 요구해 왔지만 아직도 예산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김태수 한우협회 안동시지부장도 "전국적으로 한우사육 마릿수가 적정 수준을 넘어섰다"면서 "소규모 축산농민들의 폐농이 불 보듯해 구제역 이후 최대 축산업 붕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축산농민들은 정부가 나서 한미 FTA 축산업 대책을 마련하면서 적정 마릿수 사육을 위한 암소도태 장려금과 사료값 25kg들이 1포당 1천원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예천'권오석기자 stone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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