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토박이 고려전선(주)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수명은 23.8세이며 1965년 국내 100대 기업 중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는 기업은 단 12개뿐이라고 한다. 그만큼 기업이 오랜 시간 살아남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성장가능성이 큰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시작해 수십 년간 자리를 지켜온 기업을 찾기도 쉽지 않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고려전선㈜은 강산이 4번 변할 때까지 지역에 뿌리를 두고 굳건히 성장해온 기업이다. 더구나 회사는 한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는 설비투자와 젊은 피의 수혈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장수 향토기업
1964년 '고려전업사'로 시작한 고려전선은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구지역을 벗어난 적이 없다. 무엇보다 3대에 걸친 가업 승계 동안 끊임없이 기술력을 향상시켜온 기업이다. 회사는 대구경북의 유일한 전선 생산 업체로 전국적으로도 매출이 상위 5위에 드는 기업이지만 지역에는 오히려 잘 알려지지 않은 진정한 '히든 챔피언'이다.
고려전선은 47년 동안 내실경영의 원칙에 따른 건실한 재무구조와 이를 바탕으로 한 투자로 성장을 이어왔다. 정용호 대표는 "매년 10억원씩 설비와 연구에 투자해왔다"며 "최근에는 일본과 동남아지역 수출을 위해 공장을 증설하고 해외 전시회에도 참여해 기술력을 높였다"고 밝혔다.
덕분에 지난해 회사는 일본에 300만달러어치 전선을 수출하면서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전선을 일본에 수출한 기업이 됐다.
회사 관계자는 "적극적인 투자 덕분에 지난해 매출이 총 1천10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천억원을 돌파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회사의 성장은 주력제품인 '22.9㎸ 수트리억제 충실 전력 케이블'(TR CN/CE-W) 덕분이다.
이 케이블은 최근 한국전력이 전봇대가 아닌 땅 밑에 전선을 심는 '전선 지중화 사업'에 쓰이는 전선이다. 2008년 11월에는 이 수트리억제 케이블에 대해 한전개발인증을 취득해 국내 최초로 2009년 10월에 325㎟를 한국전력공사에 납품했으며 지난해에는 이 케이블만 한전에 142억원어치를 납품했다.
정용호 대표는 "우리 회사는 스타기업처럼 단숨에 성장한 기업이 아니라 조금씩 꾸준히 커온 기업이다"며 "성장만큼 우수한 품질과 신뢰를 쌓아왔다"고 밝혔다.
◆두 번의 기술력 상승
고려전선이 오랜 세월 동안 지역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지속적인 기술력 향상 때문이다.
회사는 전선의 가장 큰 기술인 '절연'에서 앞서 있다. 지역에서 유일하게 갖춘 고압전선용 절연 피복 설비로 6만볼트 이상의 고압전선의 절연을 이뤄냈다. 회사 측은 "구리와 알루미늄에 고압이 흐르면 온도가 높아서 껍질이 벗겨지거나 녹으면서 절연이 실패할 수 있다"며 "계속적인 연구 덕분에 불량률이 낮은 제품의 생산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회사는 두 번의 큰 성장의 기회를 맞이했다. 1985년 취임한 고 정재철 대표는 전봇대용 전선에 적극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특히 1980년대 후반 30억원 가까이 투자해 고압전선의 생산기술을 완성, 첫 번째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두 번째 성장은 IMF 이후 어려워진 회사로 정용호 대표가 들어오면서 일어났다. 지역경기침체 및 과다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회사는 2005년 100억원을 들여 공장부지를 확장, 새로운 공장을 증설하고 고압생산 설비 및 검사설비에 대해 지속적인 투자와 R&D를 통해 개발인증과 수출기반을 다듬었다. 덕분에 일본 수출에 필요한 'PSE인증'을 획득해 직접 해외 시장을 두드리게 됐다.
덕분에 회사는 ISO품질시스템 인증, KS인증 12종, 안전인증 32종, 정보통신 3종, 한국전력공사 납품 품목 28종 등 수많은 품질 및 기술력 인증을 획득했다.
정 대표는 "2000년 110명의 직원이 2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지만 지금은 70여 명이 1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이는 설비에 대한 투자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을 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2012년 새해를 맞이한 고려전선은 지역 마케팅과 해외 진출을 확대할 방침이다. 지역의 유일한 전선업체로서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지역에 공급하는 데 힘쓰려 한다. 정 대표는 "지난해 일본 수출에 이어 올해는 동남아지역까지 진출할 계획을 세웠다"며 "성장 속에도 지역을 떠나지 않는 진정한 '토종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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