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저돌적 문화인' 진영어패럴 잉어 박웅규 대표

입력 2012-01-06 07:22:19

소주 마시다 영화 투자 '필' 꽂히면 그냥 뛰어들죠

박웅규 패션브랜드 잉어 대표는 대구에 조각공원을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다. 박 대표는 최근 갤러리를 개관하고 영화산업에도 투자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박웅규 패션브랜드 잉어 대표는 대구에 조각공원을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다. 박 대표는 최근 갤러리를 개관하고 영화산업에도 투자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대구 동구 봉무동 이시아폴리스에 갤러리 웅이 지난해 10월 개관했다. 패션브랜드 진영어패럴 잉어 본사 사옥 2층에 문을 연 갤러리 웅은 기대 이상으로 꽤 단정한 모습을 드러냈다.

진영어패럴 잉어 박웅규(51) 대표는 갤러리를 열고 영화에 투자까지 했다.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문화인, 박웅규 대표를 만나 봤다.

◆ 영화 '기타가 웃는다' 투자자

그는 대구에서 제작한 영화 '기타가 웃는다'의 투자자 중 한 명이다. 그는 2억원이나 되는 돈을 영화 제작에 선뜻 투자했다. 그 과정이 재미있다.

"어느 날 친구가 잠깐 보자고 하더라고요. 집에 갈까 하다가 잠시 들렀더니 전소현 감독이 같이 있었어요. 영화 제작의 어려움에 대해 한참 듣다가, 얼마나 힘들겠나 싶었죠. 소주 두 잔 마시고 사업 하는 친구와 함께 투자한다고 했어요."

영화 제작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미리 시나리오를 보지도 않았다. 그저 한겨울 제작 현장에 찾아가 간식을 챙겨준 게 전부다. 이 영화는 영화산업 기반이 취약한 대구에서 100% 대구 자본으로 만들어져 화제를 낳았다. 노총각 로커와 치매 할머니의 우정을 다룬 이 영화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되는 등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스타가 출연하지 않는데다 지역에서 제작된 영화라 흥행은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그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삼세판'이라는 말처럼 세 번은 투자해보고 싶다. 대구가 영화 불모지라고 하지만 그래도 잘 하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해보고 싶은 게 많아요. 고집도 세고. 남들은 귀가 얇다고 하지만, 잉어를 잘 지켜나가는 선에서 하고 싶은 걸 이것저것 해보는 거예요."

그는 대구경북사회인야구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주말이면 산을 타며 약초를 캐러 다닌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뛰어드는 그는 문화판에도 마찬가지로 '그냥' 뛰어들었다.

◆ 포크레인 운전하는 갤러리 대표

그는 2년쯤 전, 일본 하코네에서 야외 조각공원과 미술관을 봤다. 눈이 번쩍 뜨였다. 대구에 이런 공간을 만들어보자 싶었다. 곧바로 땅을 사고, 갤러리를 오픈했다. 그의 추진력은 대단히 빠르다. 목표는 10년 후, 조각공원으로 대구의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이다.

"팔공산에 7만6천㎡(2만3천여 평) 땅을 샀어요. 거기에 대구의 랜드마크가 될 만한 조각 공원을 만들 생각입니다. 그 준비를 위해 갤러리를 열었어요. 미술은 잘 모르지만, 갤러리를 하면서 꾸준히 준비하면 10년 후엔 멋진 조각공원을 만들 수 있지 않겠어요?"

그는 조각공원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지금 포크레인 운전을 배우고 있다. 포크레인을 직접 몰면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공원을 꾸밀 생각이다. 이미 잘 생긴 좋은 나무들도 갖다 놨다. 올 봄부터 그를 만나려면 팔공산으로 가야 할 것 같다. 오로지 공사에 매진하기 위해 캠핑카까지 갖다놨으니, 이미 공원의 절반은 만들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고 싶은 일이니 그는 즐기며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만든 갤러리 웅은 리모델링에 2억5천만원이 들었다. 최고급 자재를 사용하고 LED 조명을 사용해 세련된 공간이 마련됐다.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씩 전시를 꾸준히 하고 있다.

하지만 갤러리 운영이 쉽지만은 않다. "잘 몰랐는데, 인건비 등 고정경비만 한 달에 천만원이 드는 거예요. 생각보다 지출이 크네요. 어떤 방식으로 운영해야 할지 지금부터 공부도 많이 해야겠지요."

◆ 패션업체 사장으로 사는 법

그는 제일제당에 15년 근무하다가 사표를 냈다. 회사에서 실적이 뛰어났지만 '지금 안 바꾸면 언제 직업을 바꿔보겠나' 싶었던 것. 그는 여성복도 '그냥' 시작했다. 그것이 2001년. 패션업계에서도 갑작스런 '잉어'의 출현이 뜻밖이었다.

"처음 60평 창고에서 시작했어요. 세 군데 작은 매장에서 시작했죠. 그런데 이제는 우리가 쓰는 면적이 1천 평이고, 매장도 전국적으로 40개나 됩니다. 여기에서 밥을 벌어 먹고 사는 사람이 200명이 넘으니, 어깨가 무겁죠."

그는 현금 거래를 한다. 부채가 없으니 신용이 두텁다. 하지만 여성복 사업이 그리 만만치가 않다. "원가 절감이 없으면 살아날 수 없는 구조예요. 백화점 수수료에 나날이 상승하는 원단가격, 인건비 등을 감당해내기가 쉽지 않죠. 게다가 매시즌마다 90여 아이템을 만들어내야 하고, 이것이 틀리면 상당한 리스크를 얻어야 하니까 긴장의 연속입니다."

그는 최근 사옥 옥상에 정원을 꾸몄다. 아기자기한 연못과 나무를 심고, 바닥은 색색깔 돌을 깔아 아름답다. 직원들이 파티를 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정원을 만든 이유도 단순하다. "그냥 직원들이 기분 좋게 담배 피우라고요." 공사비로 1억원 이상 들었지만 그는 무척 만족한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그는 옥상에서 직원들과 바비큐 파티를 할 계획이다.

"재미있는 것, 웃음을 주는 것이면 족하지 않겠어요? 너무 심각하면 사람이 상해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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