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의료'건강 분야 기사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지인들은 물론 독자들이 건강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는 일이 더러 있다. 가장 흔한 질문이 '이 병에는 어느 병원이 최고냐, 누가 명의(名醫)냐'는 내용이다.
당혹스런 질문이다. 무슨 기준으로 '최고 병원'과 '명의'를 소개해야 할 지 판단이 서지 않아서다.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고 말하자니, '정보력이 떨어지는 기자'라거나 '무성의하다'는 핀잔을 들을까 걱정된다. 그렇다고 특정 의사를 '명의'라고 소개하는 것도 주저된다. '팩트'(fact)를 다루는 일에 익숙한 직업병 때문이다.
명의란 어떤 의미일까? 서점에서 제목에 '명의'란 단어가 들어간 많은 책들을 뒤져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최근 서울의 일부 신문사들이 제한된 통계를 근거로 질환별로 의사의 서열을 보도하거나 '명의'를 소개하고 있다. 자랑할만한 내용들은 많지만 그 이면(예를 들면 수술 후 합병증'의료과실'후유증 여부)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명의'라고 단정하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다. 수술을 많이 했다고 해서 명의일까? 환자가 많은 병원이라고 해서 최고의 병원일까?
고민 끝에 '명의'를 찾는 사람들에게 그 대신 '환자에게 잘 대해주는 의사'를 추천하고 있다.
'환자에게 잘 대해주는 의사'는 환자와 의사소통(communication)을 잘 하는 사람이다. 환우회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들을 보면, 소통에 문제 있는 의사들 때문에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은 환자들의 사연들을 쉽게 접하게 된다. "수술 잘 하는 명의라고 해서 찾아갔는데, 말투가 차갑고 꾸짓는듯 해서 진료실을 나올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을 줄줄 흘렀어요 ㅠㅠ." 이 글을 올린 암 환자(여성)는 그 의사에게 수술을 받았고 경과도 좋았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남았다고 한다.
원활한 의사소통은 환자를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의사와 병원을 위해서도 절실하다. 의사와 환자 간의 소통 장애로 인한 문제가 의료현장 전반에 걸쳐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의료분쟁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의사와 환자 사이의 의사소통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한다.
의사소통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설명을 잘해야겠다. 이 때 환자(보호자)의 특성(성별'학력'소득수준 등)을 고려해 의학지식을 적절한 언어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충분한 설명에 의한 동의(informed consent)는 환자의 자율성 보장을 위해 가장 강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환자의 말을 잘 들어줘야 한다. 환자와 눈을 맞추면서 가끔 고개도 끄덕이면 좋겠다. 환자의 고통까지 위로해 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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