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문화의 시대'…문화적 자산 활용에 미래 결정
1) '문화 시대' , 대구가 문화로 먹고사는 길은
#1. 스페인 바스크 지방 최대 도시인 빌바오. '배와 쇳물' 덕분에 번영했던 이 도시는 1980년 이후 쇠락했다. 조선과 철강산업 경쟁력이 동아시아에 밀리면서 몰락의 길을 걸어야 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한 빌바오를 구한 것은 '문화의 힘'이었다. 오래된 공업도시는 1992년부터 문화도시, 예술도시를 목표로 도시 재건 사업을 본격화했다. 그 핵심이 된 것이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구겐하임미술관. 1997년 강변 옛 공업지대에 미술관이 들어섰다. 공장, 창고, 화물기차역 터에 미술관을 세우기로 하고, 프랭크 개리(건축의 노벨상 격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거장)가 디자인을 맡았다. 티타늄, 유리, 석회암으로 꾸민 외관이 시각적인 환상을 일으키는 미술관은 20세기 건축의 아방가르드(前衛'전위)로 꼽히고 있다.
구겐하임미술관이 들어선 이후 매년 100만 명 이상이 미술관을 찾고 있으며 이에 따른 고용창출도 한 해 5천 명에 이른다. 투입 자금은 1억5천만달러였지만 14년 동안의 경제 효과가 30억달러에 달한다는 게 빌바오 시 얘기다. 빌바오는 예술로 도시를 재건한 성공 사례란 찬사를 받고 있다.
#2. 경기도 가평 자라섬. 2003년까지는 몇몇 낚시꾼들만이 찾는 버려진 땅이었다. 비만 오면 물이 차올라 사라지기 일쑤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은 쓸모없는 섬이었다. 하지만 2004년, 국제재즈페스티벌이 자라섬에서 열리면서 섬의 위상이 확 달라졌다. 세계캠핑캐라바닝대회 유치에다 환경생태공원 조성 등을 통해 가평을 대표하는 관광명소가 됐다. 2006년, 2007년 10만 명이 찾던 국제재즈페스티벌축제에 2009년엔 15만 명이 찾았으며 올해는 18만8천 명의 관객이 자라섬을 찾았다. 버려진 섬이 가을만 되면 전 세계인들이 모여드는 재즈 축제의 장소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바야흐로 '문화 쟁탈전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스페인 빌바오, 가평군 자라섬에서 보듯 도시, 지역 등이 저마다 갖고 있는 독특한 소재와 환경을 토대로 문화 상품을 만들어 도시 경쟁력 높이기는 물론 부(富)의 창출에 올인하고 있다. '문화가 밥을 먹여주는 시대'가 된 것이다.
문화를 기반으로 도시 발전을 꾀하려 시도한 것은 대구가 다른 도시들에 비해 먼저 시작했다. 10여 년 전 당시 문희갑 대구시장은 '문화시장'(市長)을 표방하면서 '문화도시 대구' 만들기에 심혈을 쏟았다. 그 무렵 전국 대도시 가운데 문화도시를 표방하거나 지향하는 도시는 거의 없었다. 나름 선견지명(先見之明)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만약 그때 문화도시 대구를 위한 정책들이 제대로 정해지고, 추진됐더라면 대구의 위상은 지금과는 확연하게 달라져 있을 것이다. 다른 도시에 앞서, 10여 년 동안 문화도시 만들기에 전력투구했다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도시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구는 문화로 먹고사는 도시가 되는 데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동안 대구는 오페라하우스 건립, 오페라'뮤지컬축제 개최, 문화재단 출범 등 문화도시 만들기에 나름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정책들이 산발적인데다 종합 마스터플랜 없이 추진되다 보니 그 효과가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세기를 영토를 더 갖기 위한 제국주의 시대, 20세기를 돈을 더 갖기 위한 경제시대로 규정할 수 있다면 21세기는 시대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먹고사는 문제를 뛰어넘어 어떻게 하면 삶을 제대로 향유(享有)할 수 있느냐가 화두로 등장한 것. 삶을 즐기는 데 문화가 토대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에 따라 문화의 시대가 도래했다.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K-팝(POP) 열풍에서 보듯 문화의 힘은 인종, 언어, 나라를 초월할 정도로 그 힘이 막강하다.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여서, 시쳇말로 돈도 많이 벌 수 있다.
문화를 통해 그 도시의 부를 창출하는 시대에, 대구는 어찌 보면 '행운아'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여서 활용할 만한 문화적 자산(資産)이 무궁무진하다. 문제는 우리가 갖고 있는 문화적 자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다른 도시와 차별화할 수 있는 문화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렸다. '문화도시'는 대구가 지향해야 할 도시 브랜드이자 먹고살 만한 산업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문화가 도시를 살린다는 것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명한 현실이자, 대구가 지향해야 할 도시 발전 방안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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