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인사] "지금 안 쓰는 전기 코드 뽑으세요"…허증수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입력 2011-12-30 07:14:40

"에너지 절약은 생활 속 작은 행동부터 실천해야 합니다. 에너지 절약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취임 100여 일을 맞은 허증수(50)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은 인터뷰 서두에 우리나라 자동차'조선'IT 산업의 순이익 이야기부터 꺼냈다. "세 가지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총 수출이익은 1천200억달러 정도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수입을 위해 유출되는 국부가 얼마인 줄 아세요? 1천200억달러를 넘습니다. 그런데도 에너지를 펑펑 쓸 수 있겠습니까? 자동차 수출하는 데 쏟는 열정으로 집안에 안 쓰는 전기 코드부터 뽑아야 합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그는 몇 가지 팁을 제안했다. 우선 지자체별로 시행하는 승용차 요일제에 적극 참여하고 에코드라이빙을 잘 활용하면 연료를 최대 50%까지 절약할 수 있다. 또 내복을 입으면 3도가량 보온 효과가 있어 실내온도를 그만큼 낮추게 되고 난방에너지의 20%를 절약, 국가적으로 1조8천억 원의 절약 효과가 있다. "에너지의 해외의존도가 96%에 달하고, 석유수입이 세계 5위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에너지는 국가 경제와 안보에 직결되는 사안입니다. 세계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에너지 절약을 거듭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을 겁니다."

한파가 다가오자 그의 마음은 초조하다. 동절기 전력수요 급증을 앞두고 이미 비상대책을 수립한 상태이지만 난방기기의 보급 증가로 전력난은 위태롭다는 설명이다. "겨울철 난방 수요는 상업용이 80%, 주택 및 산업용이 각각 10%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음식점 같은 다중이용 시설에 사람이 몰리는 오전 10시~낮 12시, 오후 4~6시에 전력피크가 발생하는 점을 보면 난방 개시 시점과 전력피크 시점이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죠. 가정용 전기 요금과 달리 상업시설, 업무시설에 적용되는 일반용 전기요금은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은 까닭에 대부분의 상인들이 전기로 난방을 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평균 전기요금은 원가의 94%에 불과합니다. 마진은 물론 원가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에너지 가격 체계의 왜곡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허 이사장은 지난 7월 전기요금 현실화 계획을 수립했다. 또 전력피크 시간대 전력사용을 자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계절'시간대별로 차등 적용되는 요금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교육이 절실하다는 게 허 이사장의 생각이다. "가정에서 엄마만 스위치를 끄고 다니면 뭐합니까? 아이들이 방방마다 돌아다니며 온갖 스위치를 켜 놓으면 헛수고죠. 모든 가족의 구성원이 자연스럽게 에너지 절약에 동참할 수 있게 어렸을 때부터 철저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지역 언론의 역할도 당부했다. "에너지 절약은 문화의 정착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매일신문 같은 지역의 유력 언론사들이 큰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정부도 이제는 지방 언론들이 단순한 뉴스 전달 역할보다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매개체 역할을 수행해 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구에서 태어난 허 이사장은 남산초교, 영남중, 대구고, 서울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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