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토크(57)] 2011 한국대중음악 결산

입력 2011-12-29 14:15:11

'한류'와 '나가수' 열풍…양적 성장의 해

2011년 한국대중음악은 '한류'와 '나가수 열풍'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한류의 대명사처럼 자리매김한 케이팝(K-Pop)은 연말 일본에서 발표된 통계에서 보듯이 양적인 성장을 보였다. 카라와 소녀시대는 연간종합매출 4위와 5위에 오르는 성과를 보였고 신인 부문에서도 2PM과 샤이니가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지역도 일본과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북미 시장까지 진출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미국 시장 진출은 향후 케이팝을 포함한 아시아권 음악 시장의 확대를 예측할 수 있다. 미국 음악 시장은 기존 백인과 흑인 중심의 시장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20세기 말 히스패닉계 음악을 적극 수용했고 라틴 음악 열풍을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아시아의 경우 동일 언어를 사용하는 거대 중화권이 대중음악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준이 되지 못하는데다 일본은 내수 시장에 주력하기 때문에 케이팝 열풍은 아시아 음악 시장을 확대시키기에 좋은 기회로 여길 만하다. 실제 빌보드를 비롯한 미국 음악 기업들은 케이팝에 적극적인 의사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케이팝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특히 아시아를 벗어난 케이팝 열풍이 특정 팬덤 현상에 의존하고 있다는 플랫폼의 한계는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특정 팬덤 현상은 자본력과 인맥을 바탕으로 한 거대 기획사 주도로 만들어진 현상이기 때문에 다양한 한국 대중음악이 해외로 진출하는 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몇몇 기획사들이 MOU를 통해 방법을 모색하고 있기는 하지만 음악을 산업으로 규정하는 풍토에서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언론의 보도 태도도 문제다. 호들갑스럽게까지 느껴진 한류 보도 태도는 좀 더 전문적이고 냉정할 필요를 느낀다.

'나가수 열풍'도 대단했다.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던 가수들이 '나가수'를 통해 복귀할 수 있었다는 점도 의미있었지만 대중들이 음악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부분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 특히 대중들의 입에서 춤이나 외모가 아닌 음악성 또는 가창력이 이야기된다는 점에서 분명 성과가 있다. 하지만 '나가수'는 고질적인 한국 대중음악의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그저 질러대고 고음을 올려야 노래를 잘한다는 근거 없는 기준이 지배하더니 결국은 무대에서 화려한 또는 재미있는 퍼포먼스가 있어야 높은 순위를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텔레비전에 나와서 춤추고 노래하는 예쁜 내 얼굴'을 진정성이라는 이름으로 교묘하게 포장한 듯한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음악에 있어서 진정성은 음악이라는 점을 '나가수' 제작진과 출연 가수, 특히 대중들은 생각해야 할 것이다.

2011년은 양적인 부문에서 분명 성장을 보인 한 해였다. 내년에는 양적인 성장과 함께 전문적인 역량이 강화되길 기대해본다. 무엇보다 대중들이 대중음악을 유의미한 텍스트로 인식하는 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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