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그래도… 현장에서 풀어야 한다

입력 2011-12-28 10:45:09

학교·교사에 질타 쏟아져 공교육 공황상태 위기로

"항의전화가 폭주해 업무가 마비가 될 지경이었습니다. 학교와 교사가 마치 공공의 적이 된 듯한 참담한 심정입니다. 학교폭력도 결국 학교의 테두리 안에서 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파문으로 공교육 시스템과 교사 전체가 불신받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이를 우려하는 학부모, 시민, 교사들의 걱정스런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해당 중학교는 물론 전 학교, 교사가 제3의 가해자로 질타를 받으면서 공교육이 공황상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과 관련한 당장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보다 교사'학부모'학생 간 신뢰회복을 위한 장기적이고 차분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 한 중학교 교사는 "가해 학생들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정보가 인터넷에 나돌고, 교사 전체가 학교폭력의 방관자처럼 비춰지는 시민들의 시각과 일부 언론의 보도를 보면 너무 기가 막히고 허탈하다"며 "그래도 교사들끼리 '이 아이들을 관심과 애정으로 치유할 곳은 학교밖에 없지 않느냐. 우리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만큼 거꾸로 학교에 기대하는 몫이 크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마음을 다진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중학교 한 관계자는 "가해 학생의 신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학교 실명까지 거론되면서 사건과 관계없는 학생들까지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며 "더 이상 학생들이 힘들어하지 않도록 주위에서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교사는 "학교와 선생님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폭력 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전학(교육환경전환)조치를 시키려고 해도 가해학생 학부모가 '아이들 장난 정도를 갖고 왜 그러나'며 거부하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학교와 교사에게 힘을 보태달라"고 토로했다.

학교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고 해소할 곳은 최종적으로 교육현장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직의 풍토도 바뀌어야 한다는 자성론이 교사들로부터 먼저 나오고 있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관계개선이 가장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처방이라는 것이다.

한 중학교 교장은 "교사가 학생을 통솔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으면 선생님을 존경하게 되고, 존중과 존경이 쌓이면 신뢰가 이뤄질 수 있다. 이것이 학교폭력의 가장 근본적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설문조사 결과 고위험군 학생이 나오면 해당 학생, 학부모와 언제 어디서든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함께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교조 대구지부 임성무 참교육실장은 "학교폭력은 결국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할 문제"라며 "종교, 시민사회단체까지 함께 나서 이번 사건의 해결 방안을 찾아보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학교에 경찰을 상주시키자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교사의 책임이 적어지고 결국 교사의 권위도 떨어질 것"이라며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처럼 피해 신고가 들어오면 전문상담사와 경찰관이 함께 투입돼 피해자를 보호, 치료하고 가해자에 대해 조사하는 원스톱지원센터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 폭력을 교사만의 책임으로 미룰 수는 없다. 교사들이 힘을 내 아이들을 보듬어 안을 수 있도록 사회가 함께 나서줘야 학교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병고'채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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