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력에 콤플렉스 힘든 역할 계속 도전
배우 장동건(39)은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든,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든 솔직했다. 가식 없이 많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꺼리는 배우들도 많지만, 그는 자연스레 동갑내기 아내 고소영과 아들 민준에 대한 사랑을 쏟아냈다.
21일 개봉한 영화 '마이웨이'로 돌아온 장동건을 만났다. 강제규 감독이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8년 만에 연출한 전쟁영화. 한국과 중국, 일본이 합작해 순제작비만 280억원을 들였다. 2차 세계대전의 굵직굵직한 전투를 망라하는 방대한 스케일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일본군에 징집돼 소련군으로 끌려갔다가 다시 독일군으로 2차 세계대전의 격전장인 노르망디 전투에 투입된 조선 청년의 이야기. 2005년 12월 SBS에서 '노르망디의 코리안'이라는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던 이야기를 강 감독은 영화화했다. 장동건이 기구한 운명의 조선 청년 '준식'을 연기했다.
이미 강 감독과 장동건은 '태극기 휘날리며'로 많은 것을 보여줬다. 전작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마이웨이'에 참여한다는 것이 부담감이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장동건은 "'태극기 휘날리며'와 다를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며 "업그레이드됐고, 절대 비교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감독님이 '동건아, 이거 해라'라는 말을 선뜻 못하셨어요.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를 만드는데 한 번 볼래?'라며 DVD와 전체적인 줄거리가 담긴 시놉시스를 주셨죠. 미국에서 강 감독님이 다른 작품을 준비할 때인데, 자신은 제작을 하고 연출을 잘할 감독을 찾고 있다고 했죠. 보고 나서 '너무 좋은데 감독님이 연출하시면 저도 한다'고 했고, 시간이 흘러 직접 연출을 하신다는 연락이 왔어요."(웃음)
극 중 전도유망한 마라톤 선수였다가 제2차 세계대전에 휘말리게 되는 인물을 연기한 장동건은 사점(死點)을 경험할 때까지 달리기 연습을 했다. 2주간 군사 훈련도 받았고, 완벽한 대사를 하기 위해 3개월간 일본어를 배우기도 했다.
그는 "전투기에 쫓기는 장면에서 죽도록 뛰었다"며 "하지만 허허벌판을 달리는 거라서 그런지 빨리 뛰는 느낌이 안 나더라"고 아쉬워했다. "3, 4일 동안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해서 뛰기만 했어요. 실신 직전까지 간 적도 있죠. 해가 지면 다시 뛰고, 뛰다가 다리에 쥐가 나기도 했어요. 또 일본어 발음을 교정하는 건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는데 고쳐야 해서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장동건은 다양한 변신을 하고 힘든 역할에 끊임없이 도전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경력에 비해 연기를 못한다는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했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은 욕심도 있고, 그런 것을 채워줄 수 있는 영화일 것이라고 선택한 게 공교롭게도 힘든 영화들이었어요. '워리어스 웨이' 같은 경우도 솔직히 의지가 있었다기보다 제 앞에 길이 놓였다고 할까요? 그 길을 갈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그래 가보자'라는 심정으로 참여한 거였어요."
그는 또 "데뷔 20년이 됐는데 작품 수가 적은 것 같다는 후회가 든다"며 "이제는 작품 선택의 기준을 좀 더 본질적인 측면에서 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좋아할 만한 역이고, 그 영화를 통해 뭔가를 알고 재미있어할 수 있으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한 가정의 가장이 된 그는 "혼자 살 때는 외국에 6개월이나 나가 있어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지만, 지금은 며칠만 외국에 있어도 아이가 아른거린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득남한 이래 8개월여 간 해외를 돌아다니며 '마이웨이'를 찍었고, 최근에는 허진호 감독의 '위험한 관계'를 중국에서 찍고 있다.
내년 1월 다시 중국에 들어가서 촬영을 이어간다는 그는 "지금 아이가 엄마와 아빠의 존재에 대해 생각을 하는 시기"라며 "아빠는 가끔씩 집에 오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니 아빠의 존재감을 각인시켜줘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장동건은 대중의 관심이 많은 건 알지만 아이의 얼굴을 공개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나중에 자신이 누군지 알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는 아들을 위해 "아이 한 명 정도는 더 있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극 중 호흡을 맞춘 일본배우 오다기리 조에 대해서는 "폐쇄적이고 주변과 잘 어울리지 못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같이 군사 훈련을 받으면서 몸으로 부딪치니 빨리 친해졌다"고 좋아했다. 또 "촬영 틈틈이 아이와 관련해 이것저것 서로 물어봤다. '아이가 호빵 같지 않으냐' '그건 부기다. 우리 아이는 부기가 빠졌다' 등의 대화를 했다"고 전하며 미소를 지었다.
아내 고소영에게는 고마운 마음이 크다. "집안일 걱정을 안 하게 해주는 게 가장 고마운 일이에요. 아이가 태어나면 배우고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아요. 병원에 데려가 주사를 맞히는 것부터 신경 쓸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더라고요. 그런데 아내가 알아서 다 잘 해주니 너무 고맙죠."
또 "해외 촬영을 하다 보면 한국 음식이 먹고 싶어질 때가 많은데 미리 말하면 해 놓는다"며 "사람들은 '고소영이 직접 하겠어?'라고 하지만 정말 직접 요리를 한다. 음식을 잘 한다"고 좋아했다. 이어 "요리학원에 다니며 메뉴 개발도 한다"고 덧붙이며 웃었다.
아내가 아닌 배우로 고소영을 만나고 싶거나, 같이 한 작품에 출연할 의향은 없을까. "아내도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영화 '연풍연가'를 같이 해봤으니 좋은 작품이라면 다시 연기해도 재밌을 것 같아요. 그런데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니까 '우리 둘이 눈을 마주 보면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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