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아서] 51.행복은 발견하는 것

입력 2011-12-22 07:22:26

그러고 보니 옛날 동네 공터에는 공사장이 참 많았습니다. 아이들 눈에는 공터였지만 사실 공사장이었겠죠. 요즘 같으면 위험하다고 난리났겠지만 그때는 공사장만큼 좋은 놀이터가 없었습니다. 쌓여있는 온갖 자재는 어느 순간 우주기지로 변했고, 튼튼한 성으로 바뀌었고, 소꿉장난을 하는 아늑한 집이 되기도 했습니다. 두어살 많은 형이나 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아무리 허무맹랑해도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때도 나름 고민이 있었겠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아련한 추억만 남아있네요. 사진=이돈규(제30회 매일 전국어린이사진공모전 동상), 글=김수용기자
그러고 보니 옛날 동네 공터에는 공사장이 참 많았습니다. 아이들 눈에는 공터였지만 사실 공사장이었겠죠. 요즘 같으면 위험하다고 난리났겠지만 그때는 공사장만큼 좋은 놀이터가 없었습니다. 쌓여있는 온갖 자재는 어느 순간 우주기지로 변했고, 튼튼한 성으로 바뀌었고, 소꿉장난을 하는 아늑한 집이 되기도 했습니다. 두어살 많은 형이나 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아무리 허무맹랑해도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때도 나름 고민이 있었겠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아련한 추억만 남아있네요. 사진=이돈규(제30회 매일 전국어린이사진공모전 동상), 글=김수용기자
행복은
행복은 '달성공원'이다. 가끔 점심을 일찍 먹는 날이면 달성공원까지 산책을 갔다 온다. 거인아저씨, 코끼리, 풍선, 솜사탕…. 어릴 적 달성공원하면 으레 떠오르는 모습들이 수십 년이 지난 내 머리 속에 아직도 남아 있는 듯하다. 특히 해마다 어린이날이면 부모님 손 잡고 꼭 와봐야하는 곳. 지금은 인적도 드물고, 겨울철이라 밖에 나와있는 동물들도 좀처럼 찾아 볼 수 없지만, 적어도 내 또래의 대구사람이라면 달성공원은 어린 시절 넓디넓은 행복의 시간이자 공간이었으리라. 햇볕 좋은 날, 그때의 '행복 발자국'을 찾으러 달성공원으로 가보자. 글/일러스트 = 고민석 komindol@msnet.co.kr

'발견'이라는 말은 참 재미있습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냈다는 뜻이기는 한데 그 '새로운'이라는 단어 속에 왠지 모를 함정이 있는 듯 합니다. '신대륙의 발견'만 해도 그렇습니다. 유럽인 입장에선 발견이겠지만 그곳에 살던 원주민 입장에선 코웃음을 칠 일이죠. 오늘 실린 최정숙 님의 글에서 저는 '행복의 발견'을 발견했습니다. 작가를 꿈꾸며 열심히 '다독의 시간'을 갖고 있다는 최정숙 님은 두 아이를 키우며 남편과 함께 식당을 꾸려가는, 결코 남다르지 않은 우리 이웃입니다.

새삼스레 동화 '파랑새'를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지요.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들, 게다가 가족끼리 낯을 붉히고 언성이 높아질 뻔한 일들 속에서 가족의 소중함과 행복을 발견했다는 최정숙 주부님의 글에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지나고 보면 다 그때가 좋았던 것을….'하며 푸념을 늘어놓는 어른들의 말 속에 행복의 진리가 숨어 있음을 새삼 깨닫습니다.

신문을 펴고는 얼핏 재미도 없을 것 같은, 뻔한 이야기일 뿐인 듯한,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이 행복한 순간 아닐까요? 행복은 지혜가 필요한 것도, 배움이 필요한 것도, 인내가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주위를 슬쩍 둘러보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늘 보던 시선이 아니라 따스함과 그리움이 가득한 시선으로 말입니다. 나중으로 미루지 마세요. 1분 1초라도 더 빨리 행복해져야 합니다. 바로 지금, 이 글을 읽는 짧은 시간이 바로 '행복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가족은 늘 든든한 백그라운드

실수도 서로 보듬어주는 존재

아뿔사!!

다급한 남편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눈을 뜨니 시계는 어느덧 6시35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6시40분까지 학교에 도착해야 하는 딸 아이의 수학여행 날 아침에 말이죠. 알람을 맞춰놓은 휴대전화는 밤사이 방전됐고, 건조한 눈 때문에 불편을 고심하던 차에 눈에 반창고를 붙인 채 잠들었던 게 화근이었나 봅니다.

일단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10여분 늦겠다고 양해를 구한 뒤 김밥을 싸 주겠다는 애초의 계획은 김 따로, 밥 따로, 속 따로로 급변경 됐고, 하룻밤 자고 오는 여행에 짐이 너무 많아도 짐이 되니 간단하게 꾸리는 게 상책이라며 여벌 옷도 없이 잠옷 한 벌, 체육복 바지 한 장, 세면도구만 달랑 넣어 부랴부랴 짐을 챙겼습니다.

아주 대책 없는 모녀를 한심한 듯 바라보는 남편의 시선을 애써 무시한 채 딸아이를 남편 차에 태워 보냈습니다.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도, 잘 다녀오라는 인사도 제대로 할 겨를도 없이 말이죠.

'요즘 너무 바쁘고 피곤해서'라고 핑계를 대기에는 너무 큰 사고였죠. 이런 일이 2주 전에도 있었어요. 그날도 역시 중학교 2학년 아들의 수학여행 날 아침이었어요. 전날 밤늦게까지 준비물을 챙기고 알람을 맞추고 잠이 들었는데 시간을 보니 10여분쯤 여유를 부려도 되겠다 싶은 나머지 깜박 잠이 들어버렸답니다. 평상시엔 몰라도 놀러 가는 날만큼은 안 깨워도 잘 일어나는 아들의 다급한 소리가 아니었다면 완전 대형사고가 될 뻔 했답니다.

아침은 생략하고 도시락만 간단하게 싸서 겨우 시간에 맞춰 보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기막힌 찰나에 가족 중 누군가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면 아찔하고 식은땀이 다 난답니다.

이렇듯 가족이란 심적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관계가 아닐까 싶어요. 끈끈한 무언가로 엮여 있어 중요한 순간에 무의식의 작동으로 서로를 보호하는 관계라고나 할까요. 달리 표현하면 든든한 백그라운드 같은 존재.

제가 경험한 위의 두 경험에서 서로 네 탓, 내 탓을 하기보다는 실수를 통해 가족의 정을 새롭게 느끼고 두고두고 웃음꽃을 피울 수 있는 이야깃거리로 인식하며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가족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진정한 행복을 이야기할 수 있는 원초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정숙(대구시 남구 대명3동'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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