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만든 뮤지컬로 한류 붐 계속 이어가야죠"

입력 2011-12-21 07:33:13

극단 뉴컴퍼니 이상원 대표 '당백호 점추향' 중국 수출

25일부터 중국 우시에서 공연되는 넌버벌 퍼포먼스
25일부터 중국 우시에서 공연되는 넌버벌 퍼포먼스 '당백호 점추향' 연출을 맡은 극단 뉴컴퍼니 이상원 대표. 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이상원 극단 뉴컴퍼니 대표(대구예술대 방송연예과 겸임교수)는 "대구에서 처음 있는 문화콘텐츠 수출"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연출가인 이 대표는 중국 우시(Wuxi'无錫)에 위치한 500석 규모의 연예극장 무대에 오르는 넌버벌 퍼포먼스 '당백호 점추향'(唐伯虎 点秋香) 연출을 맡았다. 이 작품은 이달 25일 공연을 시작으로 내년 3월 말까지 총 100회의 장기공연이 예정돼 있다.

이 작품은 중국에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이야기로 중국인들에게는 아주 친숙하다. 이 대표는 이 소재를 바탕으로 현대적 공연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지난해 11월 공연 제작기획사 신항연출(新航演出)로부터 연출 제의를 받은 후 작곡, 조명, 분장 등 원작과 배우 등을 빼고 대부분의 스태프를 우리나라 인력으로 채워 만든 작품이다. 그야말로 우리 문화콘텐츠를 중국에서 공연하는 셈이다.

'당백호 점추향'은 성공한 넌버벌 퍼포먼스로 자리 잡은 '점프'와 스타일이 닮았다. 중국의 고전적 소재를 현대화된 표현 양식이나 기법으로 바꾸었고 영상이나 음악을 통해 대사와 분위기를 대신한다. 유머스러운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극 중 재상의 두 아들이 컴퓨터 게임을 한다든지 두 아들이 추향에게 동방명주나 영산대불 등 최근 중국의 명물이 된 명소를 선물로 준다거나 하인들이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를 흉내낸다는 식의 현대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설정이 들어있어요. 처음에는 이 같은 설정에 중국 제작사 측에서 반대가 심했지만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자는 설득에 결국 제 의견을 따랐죠."

우리 공연에서는 흔한 관객과의 소통도 주안점을 두었다. 공연 중에 관객을 가짜 신부로 등장시키거나 상인 역을 맡은 배우들이 객석으로 내려가 물건을 파는가 하면 훼손된 집안 그림을 복원하는 장인으로 관객을 등장시키는 등 관객의 참여를 적극 유도했다. "중국에서는 익숙한 엄숙하고 딱딱한 중국 경극과 달리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재탄생시켰죠."

이 작품은 기획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넌버벌 퍼포먼스는 만국공통어란 점을 감안해 해외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내년 4월쯤 대구 초청공연을 준비 중이고 내년 5월부터는 중국 전역 투어도 계획하고 있다. 내년 7월부터는 미국, 일본 등 해외 공연 계획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아직 공연제작 스타일이 경극 등 전통을 고수하는 실정이죠. 중국이 경제적인 면에서는 많이 올라온 데 반해 문화는 그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어요. 중국 정부도 이를 알고 내년에 문화예산을 올해의 2배로 늘릴 계획이죠. 이런 상황에서 이 작품이 성공할 경우 중국 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킬 거라고 봐요. 중국 공연계에서도 내심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들었어요."

제작 과정에서 어려운 점도 적잖았다. 무엇보다 배우들이 연기 경험이 거의 없어 시선이나 표정, 동작 등을 일일이 가르쳐야 했던 것이 힘이 들었다. "대부분 무술을 하는 이들이다 보니 연기력을 다듬어야 했죠. 4개월의 혹독한 연습을 통해 이제는 배우로 손색이 없어요." 또 중국 제작사 측의 공연에 대한 선입견을 깨기도 쉽지 않았다. 공연 형식을 새롭게 만드는 데 끊임없는 설득 작업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현재 이 대표는 경극 '옥비봉'을 현대적으로 바꾸는 작업도 제의를 받아놓은 상태다. 또한 내년에 개최하는 무석예술제 내 한중문화주간을 총 책임지는 예술총감독도 맡고 있다. "대구 문화계도 국제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대구에서 제작한 공연이 빨리 양질의 콘텐츠로 포장돼 수출돼야 하는 거죠." 이 대표는 그 첫 발걸음을 떼고 있는 것이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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