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훈통치로 '김정은 보호'…당장 급변 가능성 낮아

입력 2011-12-20 10:52:35

김정일 사후 북한 체제 전망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전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일 국가장의위원회 232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김정은 동지'가 가장 먼저 호명됐다. 그리고 "우리 혁명의 진두에는 주체 혁명 위업의 위대한 계승자이시며 당과 인민의 탁월한 영도자이신 김정은 동지께서 계신다"고 밝혔다. 이어 "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빛나게 계승 황성해 나갈 결정적 담보"라고 했다.

김정일의 후계자가 김정은임을 대내외에 알린 일성이었다. 북한은 영결식이 열리는 28일 하루 뒤인 29일까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전 세계에 '위대한 지도자 김정일'이라는 선전을 통해 김정은 체제를 홍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8일 북한 주민 수백만 명이 운집한 평양 시내 일대를 운구 행렬이 돌게 하는 것도 김정은 체제 구축에 힘을 싣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정일이 1974년 김일성의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 1994년 김일성 사망 때까지 20년 동안 후계자 수업을 받은 점과 비교하면 김정은은 2010년에야 부각된데다 지난해 9월 후계자로 공식 등장했을 뿐이다. 김정일이 권좌에 올랐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취약한 권력 기반 위에 앉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북한이 '김일성 유훈통치'라는 이름으로 김정일 체제의 안정화에 주력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북한은 '김정일 유훈통치'를 통해 20대(1984년 1월 8일생)에 불과하고 후계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김정은의 '불안한' 지도력 체제를 보강하는 시간을 벌려고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 사망 이후 아버지 김정일이 보여줬던 것과 마찬가지로 '3년상(喪)'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함으로써 자신이 김정일의 확고부동한 승계자임을 알리는 동시에 권력의 공고화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알려져 있고 당과 정, 그리고 군부에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장성택 행정부장(김정은의 고모부)과 김경희 경공업부장(김정은의 고모) 부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체제의 조기 안정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군부의 후원자로 알려진 리영호 총참모장 역시 김정은 체제의 한 기둥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은 북한의 체제 안정을 원하는 제스처를 잇따라 나타내고 있다. 북한의 권력 투쟁, 정권 붕괴라는 파국적 시나리오를 원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 역할을 해 온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 등 지도부가 일제히 애도의 뜻을 전함으로써 북한 체제의 안정을 바란다는 의사를 국제사회에 표명했다. 중국 당'정'군 4개 기관은 국영 CCTV를 통해 밝힌 전문에서 "중국은 북한 인민들이 김정일 동지의 유지를 계승해 (중략) 김정은 동지의 영도하에서 비통함을 역량으로 바꾸고 (중략) 계속 전진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공식 지지 의사로 해석된다.

미국과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주변 강국들이 정세의 급변을 바라지 않고 있는데다 중국마저 김정은 체제 지지를 통한 북한 정세 안정을 바란다는 의사를 전함으로써 김정일 사망으로 인한 돌발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단기적으로는'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김정은이 너무 젊고, 국정 경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몇 년간 후계 체제의 제도화 과정을 통해 김정은이 후계자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후계자로서의 상징화 사업도 꾸준하게 진행했다"며 "현재의 상황은 앞당겨진 측면이 있으나, 예견된 상황"이라고 북한체제의 동요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동관 정치부장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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