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미술관 '장소의 기억' 주제 전시회
누구나 장소에 대한 기억 한두 개쯤은 지니고 산다. '장소'란 아주 구체적인 것이면서도 매우 추상적인 것이다. 특정한 목적의 장소는 매우 구체적이고 물질적이지만, 그 지시의 속성을 벗어나면 정서와 결합돼 우리 영혼 속에 비물질적인 또 다른 장소가 된다. 시안미술관은 '장소의 기억'을 주제로 한 전시를 2012년 3월 31일까지 연다. '장소'라는 대상을 사유하고 성찰하는 작가 7명의 작업 세계를 소개한다.
3층 전시장에는 구현모, 김승영, 진은수의 공동 설치작품이 있다. 시안미술관은 예전에 초등학교였다. 그래서 미술관 뒤뜰에는 오랫동안 물건들이 보관됐던 창고가 있다.
작가들은 이 낡고 작은 창고에 주목했다. 작가들은 용도를 상실해버린 창고를 3층 전시장으로 옮기는 프로젝트를 감행했다. 낡고 오래된 창고를 해체해 이를 다시 미술관 내에 전시함으로써 장소의 물리적인 존재성을 사유와 사고의 영역 속에 존재하는 정서적 공간으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1층에는 박홍순의 사진 작품들이 전시된다. 그는 오랜 시간 주변에 살고 있는 '한강'이라는 장소에 대한 실존적인 체험과 그 기억에 관한 작품을 선보인다. 낯선 모습으로 변해버린 한강의 풍경은 '어디에나 있지만 보이지 않는 우리들의 풍경'인 것이다.
'꿈의 궁전' 연작도 흥미롭다. 도심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모텔의 이국적 풍경을 통해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담아낸 지극히 현실적인 장소를 흐릿하게 보여준다.
사진작가 박형근은 몽환적 분위기를 내뿜는 장소의 분위기를 사진으로 표현한다. 이성과 감성이 교차하는 묘한 지점을 잡아내는 작가의 시선은 예리하다. 익숙하면서도 불편한, 기묘하면서도 목가적인 풍경들은 관람객들에게 낯설게 보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임승천의 설치작품은 가상의 시나리오에 따른 작품이다. 집단 이주를 떠나야 하는 과정에서 눈이 세 개인 주인공이 태어난다. 그 주인공의 날개를 먹어버린 물고기는 어느새 너무나 비대해져버린다. 어두운 실내공간의 한 쪽에 박혀 가쁜 호흡을 유지하는 물고기에게 그 장소란 도피와 회환의 공간이다. 주인공과 물고기의 기묘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1층 별관에는 박기진의 설치작품이 전시돼 있다. 작가는 아프리카 두 개의 호수인 말라위와 탕기티카 호수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그 두 개의 호수는 원래 하나였지만 지각변동으로 두 개로 나뉜다. 작가는 이 두 호수를 원래대로 이어주고 싶어한다.
작가는 전시장에 터널의 일부를 형상화했다.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터널의 입구에서 일렁이는 물의 영상을 만날 수 있다. 무한히 펼쳐지는 작가의 상상력을 느낄 수 있다. 054)338-9391.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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