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 서울공화국과 맞설 전사가 필요하다

입력 2011-12-20 07:34:06

동장군(冬將軍)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겨울 한파와 함께 달갑지 않은 소식도 들린다. 치솟는 난방비와 함께 개인서비스 요금과 장바구니 물가 상승이다. 경기침체 등으로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욱 얄팍해진 지갑 때문에 지역 서민들의 겨울나기가 두렵기만 하다.

문득 몇 해 전 '장마전선이 아래로 내려가 참 다행입니다'라는 서울 출신의 한 기상 캐스터가 무심코 방송을 통해 내뱉은 멘트가 떠오른다. '장마전선이 아래로 내려가 다행이라니'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닌 남부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물폭탄을 맞아도 괜찮다는 말인가. 서울 등 수도권에 살고 있지 않은 지역민으로서는 부아가 치밀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서울이 어떻게 '지방'을 보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

실제 우리나라에는 '서울과 지방이라는 두 개의 나라가 있지 않나' 착각할 정도로 서울과 타 지역 간의 정치'경제'문화적 괴리감은 크다. 항간에는 '서울 사람과 시골 사람' 두 부류만 존재한다는 자조 섞인 말마저 유행하고 있다. 서울은 우월하고 지방은 뒤떨어진 곳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한 반발이었을까. 최근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부산을 위주로 한 일기예보가 눈길을 끌었다.

'서울공화국'을 풍자하기 위해서인지 한반도 지도를 거꾸로 등장시켜 부산지역 위주의 일기예보만을 방영한 것이다.

부산 이외의 지역은 지명도 없는 그저 그런 도시로 묘사됐다. '서울공화국'에 밀려 차별받는 지방의 반발을 반영한 내용이라서 통쾌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구경북민으로서 씁쓸하기도 했다. 서울과 수도권도 모자라 이제는 부산의 위세에 눌려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한 대구경북의 모습이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구경북이 경제적'문화적으로 푸대접을 받는 배경에는 지역 정치인들의 '무능'이 한쪽에 자리하고 있다.

많은 정치인들이 정치를 '제한된 자원과 예산을 어떻게 많이 나눠 가질까'를 두고 지역과 계층, 그리고 세대와 각종 이익단체가 벌이는 투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서울과 지방의 자치단체 간 정치'경제'사회적 부를 두고 싸울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싸우려면 지방이 뭉치고 지역 의사를 대표할 수 있는 전사(戰士)들이 있어야 하는데 지방, 특히 대구경북에는 이러한 전사들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역 이익을 위해 최선봉에 서야 할 국회의원은 이상하게 국회의원 배지만 달면 '서울 사람'이 되어 버린다. 지역 이익을 위해 싸우기는커녕 사는 곳도 생각도 완전히 서울 사람이다. 공천권 등 중앙집권적인 정치 체계가 가져온 한계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고 해결책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무늬만 TK'인 이들에게 지역의 대소사를 그냥 맡겨만 둘 수는 없다는 것이 대다수 지역민들의 생각이다.

때마침 내년은 총선과 대선이라는 큰 선거가 두 개나 겹치는 해이다. 지역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전사들을 우리 손으로 뽑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다행히 이달 13일부터 19대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뒤로 많은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첫날에만 65명이 등록해 지난 총선에 비해 10배나 많은 후보들이 나섰다. 저마다 '대구경북을 발전시키고 바꿀 수 있는 적임자'임을 자처하고 있다. 야권에서도 유례없이 많은 후보들이 나서고 있다. 지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 스펙트럼이 다양해지고 있는 셈이다.

신공항, 과학벨트 유치 실패를 경험한 지역민으로서는 내년 총선이 민초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누가 대구경북을 위한 전사가 되어 줄 것인가.' 대구경북민들은 지역의 민의와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일이다.

최창희/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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