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脫亞(탈아), 興亞(흥아)

입력 2011-12-16 11:03:35

"서구인들은 언제나 일본 중국 한국을 같은 문화를 가진 나라들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일본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나쁜 친구를 사귀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마찬가지로 나쁜 인상을 주기 때문에 일본은 이웃의 나쁜 아시아 나라들과 관계를 끊어야 한다."

오늘의 일본엔 국부(國父)처럼 대접받는 후쿠자와 유키지가 있다. 그래서 일본 최고액 지폐인 1만 엔에 그려진 그는 1885년 글을 통해 '문명국가로 가기 위해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을 지향해야 한다'며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주장했다. 그의 사상으로 일본은 아시아의 선두가 됐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세계 선진국 모임 G8(G6에서 확대)에 참가하는 등 아시아 국가의 '기러기대형'(雁行)의 맨 앞자리에 있다.

아시아에 서구 과학기술 등 앞선 문물 전파 당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타난 중국의 '중체서용'(中體西用), 일본의 '화혼양재'(和魂洋才), 조선의 '동도서기'(東道西器) 중 화혼양재의 일본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공이었을 것이다.

그가 남긴 탈아입구의 망령이 아직 일본을 뒤덮고 있다. 일본이 저지른 2차 세계대전이란 인류 대재앙에 대한 사과와 사죄, 반성에서 그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전범 일본이 아시아에 남긴 상처는 종전 60년 넘도록 아물지 않고 있다. 그들 만행의 최대 피해자인 한국과 중국엔 진정한 사과, 사죄, 반성조차 없다.

미국과 호주엔 달랐다. 지난해 주미 일본대사는 미군 포로들을 찾아가 사죄했다. 일본 외무대신은 미군 및 호주 포로들을 일본으로 초청까지 해 직접 사죄했다. 올해도 일본 대신은 미군 및 호주 포로에게 사과했다. 뉴질랜드 여자 포로에게도 사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 일본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겐 모르쇠다. 지난 1992년 12월 14일부터 시작된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 할머니들의 수요집회가 14일로 20년째 1천 회를 맞았다. 첫 집회 당시 생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34명 가운데 이제 남은 사람은 63명뿐. 올해만 16명의 할머니들이 한 많은 세상을 떠났다.

16, 17일 일본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다. 대통령은 할머니들의 한 맺힌 절규, 인류 양심의 소리를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 또 일본이 '탈아'에서 다른 아시아와 함께 번영하는 '흥아'(興亞)로, 서구 편향에서 인류 전체를 생각하는 성숙한 '탈아입구'(脫亞入球)로 돌아서도록 설득해야 한다.

정인열 논설위원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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