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DADT정책' 폐기..인권-현실 대립
국내 최초로 동성애자의 병역거부 망명이 확인되면서 이른바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DADT)' 정책을 최근 폐기한 미국 군대의 동성애자 정책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993년부터 시행된 DADT 정책은 동성애자의 군 복무를 사실상 금지한 규정으로,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한국 군대보다 동성애자에게 더 엄격했다.
한국에서는 동성애자 성향이 있다는 것만으로 처벌 대상이 되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힐 경우 즉각 '불명예 전역' 조치를 당했고, 실제로 근 20년간 1만4천여명이 군대에서 쫓겨난 것으로 추산됐다.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으면 군 생활을 유지할 수 있으나 이 역시 인권침해 논란이 있기 때문에 결국 폐기되기에 이르렀다.
이 정책은 지난 9월 공식적으로 완전히 사라졌으나 여전히 군대 내에서 공개적인 애정표현은 엄격히 금지되고 있으며, 동성애자가 재입대하더라도 이성애자들과 다른 별도의 혜택을 누릴 수도 없다.
동성애자임을 스스로 공개했다는 이유로 전역 조치를 당한 뒤 백악관 앞 시위 등을 벌이며 동성애자 권익 사수의 상징으로 떠오른 한국계 대니얼 최(30) 전 육군 중위도 최근 이런 '현실'을 인정했다.
그는 지난 9월말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재입대를 신청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차별은 더 교묘하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계속될 것"이라면서 우려를 표시했다.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한 군대 내부에서 동성애자가 엄격한 규율과 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DADT 정책 폐기법안이 지난해 의회를 통과한 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까지 받았으나 찬반 논란이 계속되면서 국방태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군 지도부의 인증이 이뤄진 지난 9월에서야 뒤늦게 시행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평화주의 신념과 동성애 지향을 이유로 병역거부를 거부하고 캐나다로 망명한 김경환(30)씨와 같은 사례는 미국에 해당하지 않는다.
동성애자의 군 입대는 결국 '인권' 문제로 연결되지만 병역의무라는 특수한 제도를 갖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군복을 벗기만 하면 병역기피로 처벌을 받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군 당국이 김씨의 사례가 신종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것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미국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다.
그러나 동성애가 사회적으로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미국 사회에서도 동성애자의 군 입대 문제는 앞으로도 인권과 현실 사이에서 계속 논란이 될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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