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나무로 목조주택형 한옥지으면 싸고 안락
한옥은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다.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곳은 600년 전 조선시대를 대표하던 양반들이 살던 한옥마을이다.
한옥은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다. 진화하고 있다. 고층빌딩과 아파트 숲에 둘러싸인 도시 사람들. 그들은 이젠 도시 속에서도 마당 있는 집에서 흙 냄새, 풀 냄새를 맡으며 자연과 함께하는 꿈을 실현하고 있다.
◆새로운 한옥이 뜬다
한국형 목조주택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한옥 기둥에다 경량형 나무 구조로 편리하고 저렴하게 짓는 신 한옥이 뜨고 있다. 정부도 이런 한국형 목조주택을 추진하고 있다. 한옥의 모습을 최대한 살리면서 뼈대는 한옥과 서구 공법에서 장점만을 취해 발전시킨 목조주택형이다.
그동안 목조주택 하면 서구의 경량 목조주택과 통나무 집 등을 떠올렸다. 한옥은 별개의 주택 유형으로 인식됐다. 이런 환경 때문에 한옥은 겨우 명맥만 유지해 왔다. '황토 신드롬' 덕분에 한옥형 목구조 황토집이 꾸준히 건축되면서, 현대인의 주거문화에 맞는 개량된 한옥이 전통한옥과 차별성을 가지며 성장하고 있다. 특히 전통한옥은 건축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돼왔다. 지붕 올리는 방식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건물 자체만 건축하는 비용인지, 내부 실내장식 비용까지 포함되는지에 따라 비용 산정이 많이 달라진다. 또 나무 재질에 따라 등급이 있고, 목수의 등급에 따라서도 비용에 많은 차이가 난다.
◆정부, 한옥 지원정책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전통한옥 건축을 지원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제1차 건축정책 기본계획 (2010~2014년) 및 '신한옥 플랜'을 추진하고 있다. 목표는 2020년 한옥 르네상스, 한옥의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현재 보급되고 있는 프리컷(precut·공장화 시스템에 의한 전자동 목재 마름질) 공법을 비롯한 다양한 연구 개발을 통해 새로운 공법 및 자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즉, 살기 좋고, 저렴한 현대한옥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산업화하여 기존 한옥보다 건축비를 25% 줄이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1960, 70년대 집중적으로 조성된 새마을 주택 등 훼손된 농촌 경관과 주거환경 개선 차원에서 농어촌 한옥 확산 및 한옥마을 조성도 계획하고 있다.
서울시도 2008년부터 '한옥 부흥'을 추진하고 있다. 한옥의 멸실을 막고 한옥 밀집지역을 보전하기 위한다는 목적이다. 오는 2018년까지 3천700억원을 들여 총 4천500채의 한옥을 보전한다는 것. 특히 한옥 주거지를 새롭게 조성, 서울의 미래자산으로 육성한다는 청사진까지 담고 있다. 한옥 700여 채가 모여 있는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도 한옥을 신'개축하면 3천만~5천만원의 보조금을 준다.
♣ 한옥 지킴이 홍석규 씨
# 10대조 지은 250년된 고택…의무감과 자부심 함께 줘
"운명 아닐까요?"
홍석규(57·군위군 부계면 대율리) 씨는 부림 홍씨 29세손이다. 그는 10대조가 건축한 250년 넘은 한옥 '남천고택'을 지키고 있다. 어릴 적 이 집에 살다가 중학교 졸업 후 대구로 나간 후 40세가 돼서야 고향 집 지킴이가 됐다. 4남2녀 중 막내아들이지만, 형님들이 모두 대도시에 살고 있어 80대 노모를 모시기 위해 고향에 돌아온 것이다.
남천고택은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357호로 수려한 자태다. 홍 씨는 "예전엔 지금보다 훨씬 더 웅장한 규모였다"며 "언젠가는 본 모습으로 복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남대병원에 근무했던 홍 씨는 16년 전 고향 집으로 들어온 후부터는 이곳에서 출'퇴근했다. "눈이 많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으면 한밤에 출근하기도 했다"며 애환을 털어놓는다. 겨울에 난방이 잘 안 되는 등 불편함이 크지만, 그는 꿋꿋이 남천고택을 지키고 있다. 홍 씨가 집을 지키면서 고택은 말끔하게 변신했다. 집 뒤편을 정비하여 잔디를 깔고, 앞마당은 대문까지 돌을 깔았다. 십수 년에 걸쳐 직접 단장했다. 그만큼 애정도 깊다. "생활에 불편함은 이만저만이 아니지요. 하지만, 내가 아니면 누가 이 집을 지키겠습니까?" 홍 씨는 조상의 손때가 묻은 이 집을 지켜가야 한다는 의무감과 자부심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