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결국 쪼개지나…쇄신파 의원 2명 탈당

입력 2011-12-14 10:19:06

5, 6명 '가세' 전망도

한나라당이 결국 분당(分黨)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내년 총선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수도권 출신 쇄신파가 핵심이다. 박세일 전 서울대 교수가 추진하고 있는 중도통합신당 창당과 맞물려 정계 개편 회오리가 몰아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계기사 8면

한나라당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중진연석회의를 열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등 당 쇄신 방안과 정태근'김성식 의원의 탈당 사태 수습책에 대해 논의했다. 여당의 분열이 출범을 앞둔 '박 전 대표 체제'에 큰 충격을 주는 것은 물론 총'대선 정국에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이란 걱정의 목소리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탈당 대열의 맨 앞에는 대표적 쇄신파인 정태근 의원이 섰다. 그는 13일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이런 낡은 구조를 온존시키는 데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탈당을 결심했다"며 "비대위 논의과정을 보면서 한나라당이 거듭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당 전국위원회에서 신당 창당 수준의 재창당을 하는 쪽으로 당헌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허허벌판으로 나가겠다"고 밝혔던 김성식 의원은 14일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겠다. 탈당계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친이계의 모태인 안국포럼 출신이면서도 현 정부 내내 쇄신을 요구하며 당내 주류세력과 각을 세워왔다. 김 의원은 정책위 부의장을 맡을 정도로 정책적인 측면의 쇄신을 강조해온 경제전문가이다.

10'26 서울시장 보선 패배 이후 나돌던 탈당설이 현실화되자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의 핵분열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김 의원과 함께 친이계인 서울 노원구의 권영진 의원도 탈당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으며, 김용태 의원도 탈당 대열 합류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분류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5, 6명 정도가 탈당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당장 '탈당 도미노'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쇄신파인 원희룡'남경필 전 최고위원은 "탈당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쇄신파들이 구체적 행동에 나선 것은 표면적으로는 '재창당을 통한 신당 창당' 요구가 13일 의원총회에서 친박계의 집단 반발에 부딪혀 사실상 무산된 데 따른 것이다. 친박계인 윤상현 의원은 의총에서 "당을 결국 해체하자는데 박 전 대표가 철거용역업체 사장이냐"며 "박 전 대표를 신당 개혁 이벤트 모델로 쓰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총선 공천권이 근본적인 탈당 이유일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재창당을 요구하다 안 되면 수순에 맞춰 탈당하자는 식의 '계획 탈당'이라는 주장이다. 당 고위 관계자는 14일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쇄신파 내에서 탈당 차례를 이미 정해 놓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며 "위기감이 큰 순서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특히 "13일 밤 황우여 원내대표로부터 탈당 대책을 건의받은 박 전 대표가 쇄신파를 만나겠다고 밝혔지만 도리어 쇄신파가 접촉을 피했다"며 "박 전 대표에 대한 '불통' 주장도 결국 탈당용 명분 쌓기"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3선 의원 출신으로 박 전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14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탈당은 명분 없는 꼼수일 뿐"이라며 "조직보다 자기가 우선인 사람들은 정치할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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