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 '명품 Daegu'의 성공 조건

입력 2011-12-13 07:35:29

2011년 11월 15일, '물 올림픽'이라는 불리는 세계물포럼(2015년) 개최지가 대구경북으로 최종 확정됐다. 앞서 8월 27일부터 9월 4일까지 9일간 대구는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로 꼽히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역대 최고 흥행 대회로 성공시키는 저력을 과시했다.

육상대회와 물포럼의 가장 강력한 효과는 도시브랜드 가치 상승이다. 육상대회와 물포럼 유치의 첫 번째 목표 역시 대구라는 도시를 전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2009년 현대경제연구원의 '도시브랜드가 국가경쟁력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기준 대구(Daegu) 도시브랜드 가치는 6조1천억원으로, 국내 7대 도시 중 최하위 수준이다.

대구 도시브랜드 가치는 서울(126조9천억원)과 비교해 터무니없이 낮고, 6대 광역시 중에서도 울산(14조8천억원), 부산(12조5천억원), 인천(11조5천억원)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육상 대회와 물포럼은 전세계인의 뇌리에 대구 도시브랜드를 각인시키는 터닝 포인트가 되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에 따르면 육상대회의 도시브랜드 홍보 효과는 50억달러(약 5조6천억원)로, 대구시의 내년 살림살이와 맞먹는다.

물포럼 개최에 따른 홍보 효과 역시 천문학적이다. 물포럼은 지역 전시컨벤션 유치 역사상 최대'최고 대회다. 전세계 200여 개국의 국가수반, 장'차관, 시민단체 3만여 명이 지역을 방문해 물 문제 해결을 논의한다.

육상대회와 물포럼은 대구 도시브랜드 역사의 기념비적 사건으로 손꼽을 수 있으나, 도시브랜드 마케팅 전략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대구시와 대구시의회는 2009년 '도시브랜드 가치 제고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했다. 조례안의 골자는 도시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략과 정책을 수립'추진한다는 것으로,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별 다른 성과가 없다.

도시브랜드 마케팅의 대표적 성공적 사례로는 미국 피츠버그가 꼽힌다. '공기가 맑다' '범죄가 적다' '새 집을 구하는데 비용이 싸다' 등 피츠버그에 사는 101가지 이유를 제시해 도시 이미지를 새롭게 정립했다. 그 결과 피츠버그는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하이테크'서비스산업의 비약적 성장을 일궈냈다.

국내에서는 부산의 도시브랜드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 부산은 지난달 30일 산업정책연구원의 도시브랜드 파워 지수 평가에서 국내 7대 도시 중 1위를 차지했다. 부산은 대구보다 1년 늦게 '도시브랜드 가치 제고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으나, 도시브랜드 3개년 기본계획 수립을 통해 30대 세부 추진 사업을 도출하는 등 마케팅 측면에서는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산업정책연구원은 "부산시가 구체적인 계획 하에 의료, 관광, 국제전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시브랜드 위상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대구는 도시브랜드 마케팅에 대한 전략과 전술이 없다. 2011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성공을 바탕으로 글로벌 도시의 위상을 다지겠다는 '포스트 2011 프로젝트'는 장밋빛 청사진과 달리 구체적 추진 계획이 없고, 대구시가 세계물포럼 유치에 발맞춰 수립한 '넵튠(물의 신) 프로젝트' 역시 '급조' 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2009년 대구시 도시브랜드 조례는 '도시브랜드 제고를 위한 도시브랜드 기본계획을 2년마다 수립'추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도시브랜드는 '도시도 하나의 상품'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하며, 명품 브랜드의 성공 여부는 마케팅 전략에 의해 좌우된다. 대구시가 단순 조례 제정에서 벗어나 도시브랜드 마케팅 전략 수립에 속도를 내야 할 때다.

이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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