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 김종근 지음/ 심상 펴냄
'문학예술'과 '심상'으로 등단한 김종근 시인이 첫 번째 시집 '홍시'를 출간했다. 수사나 기교보다는 일상에서 우러나오는 깨달음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묶었다. 독자에게 예기치 못한 충격을 주거나 일탈을 꾀하기보다는, 주변에 늘 있기에 간과했던 것들에 대해 속 깊은 정을 표시하는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봄밤/ 초승달에 그넷줄 메어/ 머리칼 날리며/ 소녀 하나 그네 타는 모습 꿈꾸어/ 아내가 태어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아내의 움직임 속에는/ 늘 작은 초승달 같은/ 분위기가 따라 다닌다/ (중략) 귀뚜라미 소리 유난한 밤/ 숲길 거닐 때 조용히 다가오는 숨소리가 그렇고/ 바닷가 저만치 치맛자락 일렁이며/ 가는 그림자 또한 그랬다(하략)' -초승달- 중에서.
김종근의 시작품의 중요한 기호는 '시간'이다. 시간은 공간과 함께 우리 삶을 구성하고 규정하는 존재조건의 한 축이다. 그 양상은 모두 다르지만, 모든 사물과 생물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태어나고 성장하고, 마모되고, 사라진다. 그래서 시간과 공간은 성숙을 위한 기다림이며 동시에 사멸을 향한 절차이자 배경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 '겨울나무' '씨앗' '향나무' '백록담' 등이 모두 시간과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바다 속 정기 당겨 신비한 꼭지 이룬/ 산신 할매 흰 얼굴 구름에 묻고/ 길게 내린 치맛자락 눈 속에 묻어/ 영험한 자취 아득하기에/ 목마른 정신 깨우기 위해/ 오늘도 고향 그리듯 찾아가지만/ (중략) 지금 내 영혼으로 가선 마실 수 없네/ 다가가서 마셔도 그림자만 들이키네(하략)' -백록담- 중에서
김종근의 시에서 자아 찾기는 자기성찰에 다름 아니다. 시인에 따르면 나를 찾기 위해 나를 돌아보아야 하며, 반성의 단계를 넘어설 때 나와 사물과 일상은 상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렇게 온전한 관계가 형성될 때 나의 본래성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천착뿐만 아니라 연륜과 체험, 갈구와 인내, 사랑도 그의 작품에서는 커다란 세계를 형성한다.
'바람도 거기서 안식 얻었는지/ 종일 연꽃 주위 맴돌고/ 칠월 햇살도 제자리 찾았는지/ 조용히 몸 누이고 있다/ 아침이면 이슬에 몸 씻는/ 무심한 영혼/ 티 없는 기쁨을/ 사월초파일 오면/ 사람들 하나씩 들고 가서/ 절 마당에 형형색색 모셔 놓는다.' -연꽃- 중에서.
159쪽, 1만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