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트레이딩시스템 매달릴 시간 쪼개 공장·마트 돌며 생생한 정보 얻어야
"'K5'가 등장했을 때 기아자동차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뜰 것 같더라. 고객들의 전화가 빗발쳤고 시승을 원하는 이들이 줄을 섰다."
기아자동차 영업사원의 '직감'은 통했다. 주식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고 했다. 그는 '직감'이라고 했지만 그건 직감이 아니었다. 주식시장에서는 '현장이 논리'다. 언론이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말 중 하나는 "현장을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소설 쓰지 말고, 보이는 대로 전달하라"는 것이다. 기본적인 룰로 통한다. 어떤 일이든 터지면 데스크의 입에서 "당장 뛰어가"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현장에 다녀온 사람의 말은 설득력이 있다. 물론 팩트에 한해서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주말에 마트 가보셨어요?'라는 제목으로 김윤오 신영증권 연구원이 지난달 말 보고서를 냈다. 삼양식품을 다뤘다. 현장에서 삽시간에 팔리는 '나가사끼 짬뽕' 덕분에 삼양식품의 실적이 좋아지고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내용이다. 현장에서 찾은 대박주 예언이다. 예언은 현실이 됐다. 실제 삼양식품은 징검다리 증시에서도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탄력을 받은 삼양식품은 1만5천원대이던 주가가 5만5천원대를 넘어섰다.
물론 효자 상품 하나만 보고 투자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그 제품이 그 회사의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재무구조는 탄탄한지 등을 따져야 한다. 기대와 희망만으로 시장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역시 또 하나의 현실이다. 주가가 실적 개선 기대감에 오르다 유사 제품들로 경쟁이 붙으면 떨어질 수도 있다. 비타민 음료, 이온음료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래서 있는 보완품이 재무제표다. 13년 동안 2천700%의 수익률을 올린 미국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 피터 린치도 '직감'이 들면 재무제표를 점검했다. 피터 린치는 '생활 속의 발견'이라는 투자법으로 유명하다. 그는 아내가 즐겨 신는 스타킹을 보고 제조업체 '레그스'(Leggs)에 투자했고, 매일 아침 출근길에 도넛을 사먹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선 것을 보고 '던킨도너츠'를 사서 대박을 냈다.
"몰라요, 그냥 많이 사요."
대형 마트 점원들에게 아무리 물어도 분석은 없다. 그러나 많이 팔린다는 팩트는 확실하다. 지역의 한 상장사 대표이사는 "주주가 그렇게 많은데 공장을 찾아온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했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매달릴 시간을 쪼개 현장으로 달려가 보자. 대박 주는 분명 현장에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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