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중순 예비전력 한계 비상…한전 "순환정전 불가피" 경고
평온하던 어느 날 갑자기 전국이 '블랙아웃'(전국 정전사태)이 된다면? 전쟁을 방불케 하는 대혼란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는 혼돈 속에서 우왕좌왕하며 공포에 떤다. 설상가상으로 한파가 닥치면, 자칫 생명을 잃는 일까지 발생할 수 있다.
'365-1=0'.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 벽에 붙어 있는 구호다. '1년 365일 중 하루라도 전력이 돌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남호기 전력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9월 15일 대규모 정전 대란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내건 구호다.
가상의 시나리오이지만 현실로 닥쳐올 수 있는 상황이다. 대규모 정전대란은 곧 재앙이다. 우리들의 현명한 대처는 정전대란을 막을 수 있으며, 재앙이 발생해도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한전 비상사태!
"적색비상 발령! 전 급전소는 '긴급자율절전' '우선차단 순환정전'을 시행하라."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30분. 대구 수성구 한국전력 대구경북본부 송변전 사업실 4층 급전소에 초비상이 걸렸다. 전국 예비전력이 100만㎾ 이하로 떨어지면서 전력거래소에서 전력수급 경보를 발령했기 때문이다. 즉각 대구경북본부 송변전 사업실 전력 모니터링 요원들이 비상연락망을 가동하는 등 초비상에 들어갔다. 상황이 긴박해지면서 각 부서도 비상국면이다. 고객에게 긴급재난문자방송, 자막방송 등으로 국민의 절전 참여를 호소한다.
한국전력의 전력수급 위기 대응 모의훈련 장면이다. 올겨울 전력대란이 예상되면서 지난달 15일 1차 모의훈련에 이어 2주 만에 2차 훈련을 했다. 긴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처 능력을 기르기 위함이다.
◆전력-올겨울이 고비
지난 9·15 정전사태는 '재앙의 예고편'에 불과했는지 모른다.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한 전력공급 가능 범위는 7천921만㎾다. 최근 2년 동안 전력 소비율인 7천947㎾를 비교할 때 이번 겨울은 최대의 전력 위기를 겪을 전망이다. 전력공급량이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는 다시 전기가 끊기는 공포의 사태가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다. 전력 당국은 이번 겨울 예비전력이 최악(내년 1월 중순)의 경우 53만㎾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예비전력률이 채 1%(0.67%)도 안 된다는 뜻이다. 또다시 순환정전, 긴급절전 등 '블랙아웃 현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력업계는 예비전력이 400만㎾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위기상황'으로 본다. 9·15 정전사태 때 예비전력은 24만㎾에 불과했다. 올겨울 갑작스러운 한파가 몰아치면 예비전력이 바닥날 수도 있다.
◆전력당국 대응 태세
3년 전까지 연중 최대 전력수요는 항상 여름철인 7·8월에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 3년 동안 연중 최대전력수요는 12월과 1월에 발생했다. 이상한파 등 기후 영향으로 겨울철 난방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당국이 설정한 예비전력 1차 방어선은 400만㎾다.
문제는 올겨울 전력 피크인 내년 1월 중순, 예비전력이 53만㎾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국이 또다시 블랙아웃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다. 즉, 겨울철 전력 소모의 25%를 차지하는 난방 수요를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면 블랙아웃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지식경제부는 '정전사태 재발 방지대책'으로 지난 10월 27일 '전력위기 대응체계 개선을 위한 TF'를 출범시켰다. 피해보상위원회와 3개 반(동계전력 수급대책반·단기 제도 및 비상대응체계 개선반'장기전력수급 개선반)으로 구성, 이달 말까지 운영한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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