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정 청소년 돌보는 '천사 목사' 박봉호 회장

입력 2011-12-07 10:07:40

복지 사각지대서 방황·탈선…"꿈·희망 심어 바른 삶 유도"

"위기가정의 청소년들은 일반가정 아이들보다 훨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극단적 상태에서는 자살을 택하고, 반항적인 청소년은 탈선할 수도 있죠. 이런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어 올바르게 자라도록 도와야만 합니다."

(사)한국청소년육성연맹 대구협의회 박봉호(55) 회장은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위기가정 청소년의 삶을 이끌어주는 천사 목사로 알려져 있다. 박 목사는 불우청소년이나 차상위계층 청소년들의 생활지원을 위해 대구지역 목사들과 함께 '호프킹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다. 호프킹(Hope King)은 꿈(Hope)과 왕(King)이 결합된 말이다. 꿈을 꾸어야 하지만 부모의 무능력이나 불가항력적 환경 때문에 꿈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위기가정 청소년들에게 '꿈을 꾸는 자'가 될 수 있도록 총체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이다.

"위기가정 청소년은 아픔과 상처를 그대로 흡수한 상태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의부증, 폭력, 편애 등 가정 파탄의 원인이 되고 그들의 자녀를 또다시 위기로 내몰게 됩니다."

(사)한국청소년육성연맹 대구협의회는 작년 10월 발대식을 갖고 활동 중이다. 류시문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원장이 후원회장을, 전재규 대신대학교 총장이 대표회장을 각각 맡고 있다. 현재 대구에는 박 목사를 주축으로 호프킹 장학위원 200여 명이 학교별 위기가정 청소년들을 파악해 상담 및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가족 생계나 상담은 정부나 교육청 차원에서 돕고 있지만,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청소년 생활지원은 못하고 있죠. 그래서 호프킹 프로그램은 이런 청소년들에게 교통비나 저녁식사비, 학원비, 의료비, 용돈 등 생활지원에 집중하고 있어요."

위기가정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선 지역업체, 시민들의 후원이 필수적이다. 또 개인은 매월 1천원 이상 후원금으로 동참하면 된다. 대구에는 학원, 병원, 음식점, 안경원, 약국 등 수백 개의 후원업체가 동참하고 있다. 후원업체들은 위기가정 청소년과 결연을 하고 필요한 도움을 현물로 지원하고 있다. 현재 대구에서 호프킹 프로그램 도움을 받는 청소년은 200명이 넘는다. 현물 가격으로는 매월 8천만~9천만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대구의 429개 모든 초'중'고에 호프킹 장학위원을 1명씩 배치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죠. 호프킹 장학위원 1명이 학교당 5~10명의 청소년만 돌봐줘도 4천 명의 위기가정 청소년들을 이끌어줄 수 있잖아요."

대구협의회는 지난달 15일 대구시청소년수련원에서 후원업체, 호프킹 장학위원 등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연맹 처음으로 호프킹의 밤 행사를 성황리에 열어 호프킹 프로그램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위기가정 청소년 후원업체 중에는 감동적인 스토리도 많다. 달서구 대곡의 한 병원은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의 청소년을 돌보다 영양실조로 건강이 악화된 부모를 무료로 종합검진과 치료를 해주었다. 또 성서에 있는 한 영어학원에서는 위기가정 청소년 10명에게 무료수강 혜택을 주고 있다는 것.

"체계적인 호프킹 프로그램을 위해 호프킹 장학위원 30여 명이 두뇌상담사 자격증도 취득했지요. 호프킹 청소년으로 선정되면 뇌파검사 등을 통해 정신적 기저에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 도울 수 있을 거예요."

또 신체단련, 자기계발, 봉사활동, 탐험활동 등을 일정기간 수료하면 입시'취업에 가산점을 주는 청소년포상제도 함께 실시해 꿈과 희망을 심어줄 계획이다.

박 회장은 호프킹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공간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강의실만 마련되면 퇴직 교사들을 활용해 위기가정 청소년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아대학교 법대를 졸업한 박 회장은 뒤늦은 40세에 신학대에 입학해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호프킹 프로그램으로 대곡지역의 위기 청소년 11명을 돌봐주고 있다.

박 회장은 "호프킹 프로그램은 정부지원의 사각지대에 처한 위기 청소년들을 구할 확실한 민간안전망"이라며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 찬 장학위원과 후원업체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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