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정신 공통분모 되살려야 갈등 털고 국민화합
경상북도는 '경북의 혼', '경북의 정체성' 찾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북도는 3대문화권 사업을 통해 경북이 새로운 세계문화질서를 이끌어갈 비전을 제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서구 자본주의가 조금씩 흔들리면서 동양문화, 동양사상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래 지구촌 문화를 지탱하고 이끌 수 있는 사상적 체계는 '동양학'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신라'가야'유교 문화권으로 형성돼 온 경북의 정신이 세계관의 한 축을 이룰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경북 3대문화권 사업을 다섯 차례에 걸쳐 조명해본다.
◆유교문화, 잠 깨우자
지난 10월 18일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진행된 '세계유교문화포럼학술대회'에서 토론자로 나섰던 김정기 성균관대 교수는 "한국인의 몸통인 유교사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좋지 않은 것 같다"며 "그래도 유교의 근간인 공자의 사상은 다시 부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 진보와 보수가 적절한 균형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교적 이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유교는 우리 민족의 문화, 사상 등 모든 부분의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유교는 반드시 부활해야 한다"며 "현실에 적용할 수 없는 빈껍데기가 아닌 속이 꽉 찬 유교적 이념이 실현돼 우리 사회의 문제들이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중국 사회과학원 왕건 원장도 "퇴계 이황이 추구한 '지행합일'을 접목하는 유교를 장농 속에서 꺼집어내는 게 학자들의 역할"이라고 했다.
이날 학술대회를 준비했던 경북도는 경북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미래 천년을 내다보며 정신문화와 도덕적 가치를 전 국민이 공유할 수 있도록 경북도가 선도해 나가기 위한 발빠른 움직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달 22일 안동문화예술의 전당에서 '21세기 현대사회와 유교정신'이라는 주제로 열린 '2011세계청년유림대회'에서 천성용 안동청년유도회장은 "유교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아시아를 지탱하는 힘이며 자본주의의 폐해를 정화할 수 있는 대체 이데올로기"라고 유교의 역할을 강조했다.
◆유교'유교문화, 현대와 미래 도움되는 가치 계승
유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한자와 함께 삼국시대다. 이후 고려말 성리학이라는 신유학이 들어오면서 조선의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시대 흐름에 따라 발전돼왔다.
조선 유교적 이념을 법제화시킨 것으로 평가되는 경국대전에는 성균관과 함께 지방의 유교적 덕목의 교육장이었던 향학을 부'목'군'현에 1개교씩 설치해 교수를 두었다고 한다.
조선 유학에서 퇴계 이황을 빼놓을 수 없다. 퇴계는 중국 북송 때 백성을 교화'선도하기 위해 만들었던 자치규약인 '여씨향약'의 '좋은 일은 서로 권하고(德業相勸), 잘못은 서로 바로 잡아주며(過失相規), 예속으로 서로 사귀고(禮俗相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도와준다(患難相恤)'라는 강령의 취지를 살려 조선 실정에 맞는 향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예안향약'이었다.
한국국학진흥원 김종석 국학연구실장은 "조선시대 성리학은 퇴계에 와서 비로소 집대성됐다. 퇴계 선생은 유교적 근본이념인 '인'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한 방법으로 '경'을 강조했다"며 "유교는 실천학이다. 유교 덕목 가운데 현대와 미래에 도움되는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 우리사회의 지도적 역할에도 유학적 덕목이 필요하다"고 했다.
◆8폭 민화, '문자도'(文字圖)에 담긴 유교'유교문화
조선 성리학은 17~18세기에 접어들어 가치관과 정서, 의례행위 등 전반에 걸쳐 정착했다. 18세기에 나타났던 '문자도'(文字圖'사진)는 유교'유학의 실천 덕목이 선비나 양반 등 지배층뿐만 아니라 서민들에게도 널리 퍼져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자도는 '효(孝)'제(悌)'충(忠)'신(信)'예(禮)'의(義)'염(廉)'치(恥)' 등 8자를 그린 그림으로 '팔자도'(八字圖), '효제도'(孝悌圖)라고도 한다. 8폭 병풍으로 그려진 문자도는 서민들의 가정에서도 즐겨 보관했다.
장식 목적으로 그려진 것이기는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서민들 스스로가 인간과 나라에 대한 도리를 깨우치고 그것을 수행해 궁극에는 이상적인 세계에 도달하고자 하는 염원이 담긴 일종의 교화적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의 문자 그림에는 이들 덕목이 지니고 있는 의미와 관련된 일화나 고사, 혹은 일화와 관련해 상징성이 부여된 기물이나 동식물이 글자 획의 일부를 구성하거나 여백에 곁들여 그려진다.
이들 소재 중에는 삼강행실도나 오륜행실도에 등장하고 있는 소재들을 비롯해 유학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시경'과 같은 고전 속에 나오는 소재들도 포함돼 있다.
서민들은 자신들이 처한 제약된 상황을 벗어나 보다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공동 소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효제충신예의염치'의 윤리 덕목을 성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라에서 정책적으로 베푸는 교화 사업과는 상관없이 그들 스스로 선을 쌓고 공을 세움으로써 선의 경지에 도달해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되기를 염원했다는 것.
김종석 국학연구실장은 "문자도에 나타난 '효제충신예의염치'는 서민들 스스로 받아들여 정리한 일종의 새로운 유교적 문화운동이었다"며 "그들은 자신들의 문화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덕목으로 문자도를 보관, 실천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실장은 "유교 이념의 현대적 가치 계승에서도 문자도에 나타난 8덕목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화됐던 유교적 이념이었지만 본래 정신의 발현을 위한 의미있는 가치"라고 평가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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