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 가게 도움 끊기면 '비실'…자립 험난

입력 2011-12-01 10:05:45

마을 사회적 기업 선정후 지원기간엔 순항하지만…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와 소득을 제공하는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수익성을 높이고 자립기반을 만드는 일이 과제다. 레인보우 베이커리.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와 소득을 제공하는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수익성을 높이고 자립기반을 만드는 일이 과제다. 레인보우 베이커리.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30일 오후 대구 서구 원대동 '레인보우 베이커리'. 30㎡ 크기의 작은 가게 문턱을 넘자 고소한 빵 내음이 코를 간지럽혔다. 깔끔한 주황색 앞치마와 모자를 쓴 직원들이 큰 쟁반에 가득 금방 구운 빵을 담아 가게로 들어섰다. 카스테라와 단팥빵, 소보루, 크림빵, 밤식빵 등 종류도 다양했다. 가격도 1천원 미만이다.

"맛있겠죠?" 중국 출신의 파티쉐인 나월매(33'여) 씨가 정성스레 구운 빵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 4월 제과'제빵사 자격증을 땄다는 나 씨는 "일을 하고 싶어도 결혼이민여성들이 취업을 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이곳에서 좋아하는 빵도 만들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웃었다.

레인보우 베이커리는 캄보디아와 베트남, 중국 출신의 결혼이주여성 6명의 소중한 일터다. 제일사회종합복지관이 올해 5월 오픈한 이곳은 사회복지기관과 어린이집, 지역 기업에서 주문을 받아 빵을 납품한다. 오프라인 매장도 1주일 전에 문을 열었다. 6개월간 올린 매출이 2천600만원이나 된다.

◆결혼이주여성 기업 붐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와 소득을 제공하는 마을기업과 사회적기업이 대구에서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30일 대구시에 따르면 결혼이민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은 올해에만 4곳이 문을 열었다. 마을기업은 콩나물 재배업체인 남구의 '참시루공동체'와 서구 '레인보우 베이커리', 달서구 '북카페 레인보우' 등 3곳. 사회적기업은 통'번역사업을 하는 동구의 '두드림'(Do Dream) 1곳이다. 내년에는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마을기업과 사회적기업 2곳이 더 동참한다.

달서구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전통춤 공연단인 '레인보우 공연단'을 사회적기업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등 4개 국가 여성 30명이 활동 중인 레인보우 공연단은 올해 대구약령시한방축제와 다문화축제, 성서여성문화축제 등 15차례나 무대에 오를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결혼이주여성들의 대다수는 일을 하길 원하지만 안정적인 직장에서 고정적인 수입을 얻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이들에게 창업과 취업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립은 쉽지 않아

결혼이주여성들로 꾸린 마을기업과 사회적기업은 수익 창출이나 경영 노하우 축적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잖다. 이들에게 가장 숙제는 자립 여부다. 마을기업에 지정되면 2년, 사회적기업은 최장 3년까지 인건비나 사업비를 지원받는다. 그러나 지원이 중단된 이후에도 살아남으려면 수익성과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 콩나물 재배업체인 남구의 참시루공동체의 경우 6개월간 매출이 500만원이었고, 달서구 북카페 레인보우의 경우 9월 말 현재 매출은 130만원에 불과하다. 실제 광주의 다문화음식점 무지개마을의 경우 사업 초기에 비해 매출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직접 업체를 경영할 수 있도록 자립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과제다. 제일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는 "한국 사회 적응이 쉽지 않은 결혼이민여성들이 매장 관리와 판매, 영업, 원가 관리 등 복잡한 경영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교육을 병행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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